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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 격인 '국가안전처' 신설

입력
2014.05.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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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안전관리기구인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한다. 이 같은 소식을 접했을 때 필자는 우리네 속담이 먼저 떠올랐다. “초상집에서 밤새도록 곡하고 아침에 누가 죽었느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노정돼 문제의 본질이나 핵심을 잊어버리고 엉뚱한 대응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지적하고 또 사실로 판명되었듯이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인재’이지 천재지변이 아니었다. 선박의 불법개조, 화물과 승객의 과적, 선장과 승무원들의 패륜적 무책임성 등 이루 다 열거하기 곤란할 정도다. 304명(실종 29명 포함)의 고귀한 인명이 희생된 직접적인 원인은 실질적으로 재난ㆍ위기관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재난ㆍ위기관리는 어차피 사후 대책 위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안 일어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결코,‘아니올시다’이다. 중앙 및 지방정부가 만든 현존하는 안전매뉴얼만 3,000여 개라는 데 이런 지침에 따랐다면 이번 같은 선박사고는 애초에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고 본다.

범정부 차원의 안전 관련 기구를 하나 더 만들어서 유사한 사고가 미연에 방지된다면 10개라도 만들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이번 해양참사는 우리 사회가 산업화 과정에서 만연된 배금주의, 금전만능주의의 추악한 모습의 한 단면이며 아울러 그 그늘아래 피폐해진 관련 사업종사자들의 정신상태를 민낯으로 보여준 사례다.

따라서 정부의 안전관리 기구 개편차원에서 본다면 사전의 대형사고나 재난의 예방관리 업무는 기존에 이미 잘 갖추어진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중앙과 지방의 재난방지 기구의 운용개선은 물론 관련 지침 이행의 철저한 감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 이번과 같은 사후대처 미숙으로 인한 실책은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국민)안전관리실’을 두어 명실상부한 지휘통솔 체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청와대의 국가안전관리실은 이번 세월호 참사로 컨트롤 타워 역할 논란이 있었던 국가안보실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국가안보실(장)은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 등 대통령의 참모역할 기능임을 고려 할 때 옥상옥의 기구로 꼭 필요하다면 ‘국방보좌관’으로 별도 보임해도 좋을 것이다. 헌법상 국가안보회의(NSC)의는 본질적으로 대통령의 자문기구이며 회의체 조직이기 때문에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의장으로 주재하면 되고 외교안보수석이나 정부조직법상 선임장관인 외무장관이 간사 역할을 하면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사안에 따라 주무장관을 간사로 하여 회의를 운영하는 방안도 있다. 이러한 조직개편은 헌법 91조에 따라 만들어진 대통령령인 ‘국가안보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사전, 사후로 나누어 업무를 분담하는 것이 관련 부처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등 과거의 대형참사가 부실설계, 부실시공, 유지관리 부실 등에서 비롯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세월호 참사도 선박개조, 과적, 악천후하에서의 석연치 않은 출항허가 등 정부의 직ㆍ간접적인 관리ㆍ감독기관 (해양수산부, 해운항만청, 해경,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등)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였다.

따라서 사후의 위기대응이나 사고수습은 평시 안전관리업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분리하되 국정의 최고 정점인 청와대가 직접 지휘ㆍ통솔하는 것이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는 유사시 국가가 민ㆍ관ㆍ군을 아우르며 범정부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 데 필요한 콘트롤 타워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간판을 바꾸어도 국민 생활은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데 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장관급 공무원 자리 하나 더 늘리는 국가안전처를 만든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별로 없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평시의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김경수 국제갈등분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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