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휴대폰과 요금제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요금을 많이 아낄 수 있어 고맙다는 어르신들 말씀 들을 때 작은 도움 드린 것 같아 기쁩니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우체국 알뜰폰을 ‘공무원 생활 30년 동안 가장 보람 있는 일 중의 하나’로 꼽았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9월 ‘국민들이 가계 통신비를 줄이는데 보탬이 되자’는 뜻에서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전국 229개 우체국 창구를 통해 미리 선정한 6개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휴대폰과 요금제를 알려주고, 가입 희망자를 사업자에게 연결해 주는 대신 통신료의 약 3%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이다.
우체국 알뜰폰은 8개월도 안 돼 가입자 10만 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4월 말 기준 9만7,183명). 우체국 알뜰폰 활약 이후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도 알뜰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만 37만 명이 알뜰폰에 새로 가입하거나 기존 이동통신사에서 옮겨왔다.
김 본부장은 알뜰폰 열풍 이유에 대해 “대형 이통사들이 최신 스마트폰과 복잡하고 비싼 요금제 위주로 고객 유치를 하다 보니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지난해 화제가 된 ‘월 기본료 1,000원 요금제’처럼 현실적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틈새 시장을 잘 파고 들었다”고 말했다. 알뜰폰은 기존 통신사들의 통신망을 빌려 쓰는 대신 기존 이통사 요금에 비해 평균 30~40%, LTE는 10~20% 가량 싸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 알뜰폰은 우체국에서 취급하기 전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때문에 우체국 취급을 놓고 내부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알뜰폰의 장점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신뢰도가 낮은 것이 문제였다”며 “전국 방방곡곡의 우체국 창구가 ‘대리점’ 역할을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고 적중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알뜰폰 전령사’ 인 우체국 창구 직원들의 노력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장년층들이 창구를 많이 찾다 보니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 설명해야 하는데다 대부분 직원들은 기존 업무와 알뜰폰 상담을 같이 해야 해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알뜰폰 시장을 호시탐탐하는 대형 이동통신사들을 향해 “중소기업들이 겨우 자리 잡으려는 알뜰폰에 욕심 내기보다는 저렴한 피처폰을 제공하는 등 고객들의 단말기 선택권을 넓히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노령 인구와 조기 퇴직자들이 빠르게 늘지만 연금 등을 통한 소득 대체율이 50% 정도에 그칠 만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통신비라도 아껴야겠다는 중장년층이 많아질 것이라 알뜰폰의 전망은 밝다”고 내다봤다. 또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5,500만 명이고 2대 이상을 쓰는 이들이 꽤 많다”며 “전화나 데이터를 쓸 때만 요금이 붙는 알뜰폰이 ‘보조폰’으로 충분히 매력 있다”고 덧붙였다.
우정본부는 알뜰폰 취급 우체국을 7월부터 읍ㆍ면 지역까지 넓혀 농어촌 지역에서도 좀 더 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