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인인증서 의무화로 인한 외국인들의 국내 인터넷쇼핑몰 이용불편을 지적한 이후, 이 문제는 사실상 해결된 상태다. 하지만 공인인증서만 안 쓴다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인터넷쇼핑몰에서 자유롭게 '한류'상품을 구매할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미국 최대 인터넷쇼핑몰인 아마존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쇼핑몰들은 여전히 요구사항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궁금한 점에 대해 제때 답변도 해주지 않는다. 이러다간 35조원에 달하는 중국인들의 해외직접구매(직구) 시장을 다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무역협회(무협) 베이징지부가 국내 유명 인터넷쇼핑몰과 아마존의 이용절차를 비교 분석한 결과, 국내 쇼핑사이트는 ▦개인인증 ▦회원가입 ▦결제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이 너무도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안내부터 성의가 없다. 아마존은 실시간으로 중국어 상담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쇼핑사이트는 그런 게 없다. 이메일로 문의를 받고 있지만 답변에 최소 1~2일은 걸린다.
불편은 실제 구매단계에 들어서면 더 심해진다. 국내 업체들은 우선 이메일을 통한 개인인증을 요구한다. 별도 인증과정 없이 회원가입부터 시작하는 아마존에 비해 추가적인 절차를 거치는 셈이다.
어렵사리 회원가입단계로 넘어가도 입력해야 하는 필수정보는 아마존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이다. 아마존의 경우, 영문이름(아이디), 비밀번호, 이메일 정도만 요구하는 반면, 국내 A사이트는 성별, 생년월일, 국적 등을 추가로 입력해야 한다. 심지어 B사이트의 경우 최대 8개의 개인정보를 기입해야 회원이 될 수 있다. 요구하는 배송정보 역시 우리나라 사이트가 아마존보다 2~3개는 더 많다.
결제방법도 불편하다. 아마존은 비자, 마스터, 은련 등 거의 모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국내 업체는 ▦사용 전 카드 등록을 거치게 하거나 ▦다이너스 등 일부 카드의 경우 아예 결제가 불가능하다.
결제금액도 우리나라 쇼핑사이트에선 세관비용이 제외돼 소비자들이 물품 수령 시 추가로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제에 성공해도 배송기간 역시 차이가 큰데, 아마존은 우선배송(2~4일)과 일반배송(5~10일)로 이원화되어 있는 반면, 단일 배송방식인 국내 업체들은 최대 15일이 지나야 소비자들이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인터넷쇼핑몰 시장은 매년 100% 이상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08∼13년 연평균 성장률은 142.7%에 달했고, 시장규모는 7,637억 위안(125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해외직구 규모만도 지난해 2,160억위안(35조6,000억원)에 달했고, 이용자는 1,800만명을 웃돌고 있다.
최용민 무협 베이징지부장은 “외국인들의 국내 쇼핑몰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 공인인증서 폐지에만 논의가 집중되고 있지만 실은 개별 쇼핑몰 업체들의 사이트 개편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해외 직구족을 위한 서비스 마련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마존 이베이 등에 시장을 내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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