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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급에 수사기밀 유출하고 사고 수습보다 윗선 의전에 치중

입력
2014.05.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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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은 세월호 구조ㆍ수색에만 무능한 것이 아니라 수사 기밀을 누설하고 엉뚱하게도 정보 활동 및 상급자 의전에 치중하는 등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

압권은 수사 방해였다. 부산해양경찰서 소속 정보관 이모(41) 경사는 지난달 24일 부산지검이 한국선급 부산본사와 임직원 사무실 등 9곳을 압수수색한다는 정보를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전달받아 수사 대상인 한국선급 법무팀장 원모(42)씨에게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10일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이 경사와 해당 검찰 수사관은 그 전에도 검찰의 수사 기밀을 공유해온 것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한국선급에 대한 수사에서 증거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해경은 피의자 신분이던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를 17일 유치장이 아닌 해경 수사관 자택에서 하룻밤 묵게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경찰의 한 수사계통 간부는 “피의자를 경찰관 집에 재운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신변 보호가 필요했다면 유치장에서 보호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수사관 자택 현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기록에서 18일 이씨가 수사관 집을 빠져 나온 직후 2시간여 분량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누군가 증거인멸을 위해 이씨와 부적절하게 접촉한 것을 은폐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사고 수습과 무관한 정보 수집 활동과 주요 인사 의전에는 열을 올려 눈총을 사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빈소가 차려진 안산 장례식장 11곳에 평택해양경찰서 소속 정보관 8명이 투입돼 사복차림으로 유족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돼 비난이 쏟아졌다. 해경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 체육관에 사복 경찰관을 보내 언론 인터뷰를 몰래 녹음하다 들키기도 했다. 해경은 사고 이틀 뒤인 18일부터 실종자 가족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거나 대통령 등 주요 정관계 인사 방문시 의전을 하기 위한 경찰관 인력 83명을 전국 각지에서 불러 팽목항, 진도 체육관 등지에 투입했는데 이는 실종자 가족 지원 등 다른 업무에 투입된 경찰관 수를 웃도는 규모다. ‘사고 수습 보다는 윗선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경 업무에서 육경과 중첩되는 수사ㆍ정보 기능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희생자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정보 업무가 오히려 문제만 일으키고 과거에도 해경의 수사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던 탓이다. 해경은 2012년 말 서해 5도를 찾는 관광객과 섬 주민에게 할인 판매하는 배표를 사재기한 뒤 정상가에 되판 혐의에 대해 1년 가까이 대대적 수사를 진행하고도 지난해 9월 여행사 관계자 6명을 불구속 입건하는데 그쳤다. 해경은 선사나 주민들이 개입했다는 주요 의혹은 밝히지 못했고, 개인정보보호법만 적용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빼돌린 점도 흐지부지됐다. 2011년 11월에는 불법조업을 하다 체포된 중국 어선 선장의 거짓말에 속아 형량이 낮은 선원 신분으로 재판에 넘겼다가 나중에 진짜 선장인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사기도 했다. 해경은 과거에도 불법조업으로 처벌 받았던 이 선장의 인적사항을 보유하고도 몰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해경이 작은 섬들에 대한 수사권 등을 얻기 위해 국회에 로비를 하기도 한다”며 “있던 수사권도 없앨 판에 수사권 확대가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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