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민들이 대거 몰리는 서울 도심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되면서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철거업체는 사고 하루 전 가스공급업체에 가스배관 차단 요청을 해놓고도 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아찔한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1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10일 낮 12시6분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5층짜리 건물(지하 1층)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잔해가 공사장 가림막 밖으로 쏟아졌다. 당시 근로자 4명이 굴착기로 4층 철거를 하고 있었다. 해당 빌딩은 지은 지 25년된 노후 건물로 개ㆍ증축중이었고, 사고 일주일 전 5층이 철거됐다.
붕괴로 인한 직접적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가스 배관이 파손되면서 냄새가 주변에 퍼져 주민들이 대피하고, 일대 교통이 통제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고 발생 15분쯤 뒤 현장에 도착한 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은 가스 냄새를 확인, 1시간 뒤 가스공급을 완전히 차단하고 오후 3시 27분쯤 재개했다. 이로 인해 2시간 가량 일대 건물 293개 1,876세대 가스 공급이 차단됐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철거업체는 가스배관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작업을 강행해 ‘안전 불감증’으로 화를 부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C가스공급업체에 따르면 B철거업체는 지난 9일 ‘지하 가스배관(인입배관)을 12일 차단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해당 건물은 지하배관을 거쳐 층별 배관인 ‘내관’과 외벽에 설치된 ‘입상배관’으로 가스가 공급되는데, 지하배관을 차단하면 모든 가스 흐름이 막히는 구조다. C업체 관계자는 “철거업체가 먼저 12일 가스를 차단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면서도 노후 건물의 붕괴 위험을 알면서도 무슨 이유로 차단 전 철거를 강행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12일 철거 요청 관련 대화는 녹음 파일로 저장돼 있으며, 회사 작업 스케줄을 올리는 전산시스템에도 기록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철거업체 대표는 “지금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라”며 기자의 전화를 끊었다. 사고 당일 이 업체 관계자는 “철거 부분은 가스배관쪽과 15m 이상 떨어져 있는데 포크레인 진동에 의해 (건물이) 무너지면서 (가스 누출)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공사 현장에는 가스 누출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데도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이나 건축사업법 등에는 건물의 증ㆍ개축 공사를 할 때 가스공급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관련 법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조사를 맡은 강남경찰서는 12일 가스업체와 철거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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