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제작업체 대표가 음대생 350여명에게 수천 만원을 받고도 졸업 연주회 앨범을 제작, 납품하지 않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서울 논현동 A업체 대표 K(44)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과 피해 학생들에 따르면 K씨는 이화여대 등 대학 11곳의 음대생 350여명에게 올해 2월말 졸업식까지 졸업 연주회 앨범 등을 제작해주기로 계약했다. K씨는 연주하는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 브로마이드 등을 포함한 패키지 상품으로 1명당 20만~30만원을 받았다. 학생들에게 받은 제작비는 모두 7,000여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직 앨범 등을 받지 못했다. 앨범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K씨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 이메일로 계약을 이행하라고 수 차례 요구했지만 K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하기도 했다.
앨범을 받은 일부 학생들도 사진 수준과 구성이 매우 부실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미숙한 보정작업으로 사진 배경이 일그러졌고, 사진 구도에도 신경을 쓰지 않아 바닥에 있는 쓰레기가 그대로 앨범에 실렸다.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그나마 받은 것도 질이 떨어져 남 보여주기 민망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K씨 업체는 첼로 연주자의 전공을 더블베이스로, 트롬본은 트럼펫으로, 비올라는 바이올린 등으로 잘못 표기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또 “계약할 때는 최소 3명이 촬영을 하기로 해놓고 지난해 11월 두 차례 있었던 졸업 연주회 때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은 2명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K씨는 “경영난에 시달린 데다 촬영 일정이 겹쳐 졸업식까지 납품을 못한 잘못은 인정한다. 그러나 고의는 아니며 5, 6월까지 납품하겠다는 재계약 합의서는 이행하고 있고 9개 학과는 납품이 완료됐다”고 해명했다. K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3월 22일 학생들과 상의해 합의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앨범 제작 능력과 여건이 되는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한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기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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