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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식

입력
2014.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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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헌법 전문(前文)을 새로 읽었다는 논객들이 적잖다. 이들은 헌법 전문 끝머리의 ‘우리와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란 부분을 자주 언급한다. 국민의 안전이 국가의 헌법적 책무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적절한 언급이다. 그런데 이 ‘국가 책임’을 갑자기 ‘정부 책임’이나 ‘행정부 책임’으로 환치한 논평이 잇따른다. 헌법 전문의 주어가 ‘대한민국’임을 어떤 이유에선지 빠뜨린 결과이다.

▦ 국가는 국민과 영토, 주권(국가권력)이 기본적 구성요소다. 국가를 ‘통치조직을 갖고 일정 영토에 자리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집합체’로 보는 사전적 정의도 비슷하다. ‘통치조직’과 ‘주권’의 차이가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통치조직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구성된다는 점에서 동의어라 여겨도 무리가 없다. 그런데 국가구성의 3요소 가운데 국민만이 다짐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헌법전문의 ‘안전 확보’ 다짐은 결국 국민의 자기다짐인 셈이다.

▦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참사의 직접적 원인인 침몰 사고에서 드러난 안전의식의 미비는 국민적 반성을 부르기에 족하다. 최소한의 법규에도 어긋나는 업체와 임직원의 일상적 위법, 이를 간과하거나 눈 감아준 민간 감독기관과 행정기관의 무책임성 모두 안전불감증, 또는 허술한 안전의식의 결과다. 선장과 승무원의 한심한 행동양식과 더불어 현재 우리 사회가 이르러 있는 부끄러운 문화수준을 거듭 확인시켰다.

▦ 현재 재발 방지책의 핵심으로 ‘안전관리 및 대응체계 정비’가 강조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솔직히 기대를 품기 어렵다. 꽃 같은 아이들의 죽음 앞에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어른들의 자성이 집단적 행동양식의 변화, 즉 문화 변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 어떤 체계 정비도 무용지물이다. 그런 변화는 국민 모두의 안전의식 고양과 그에 상응한 행동양식의 변화에서 시작될 터인데, 국민적 자성의 기운마저 벌써 희미해지고 있으니.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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