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1심과 항소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선고를 받은 재북 화교 출신 유우성(35)씨를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이 수년 전 기소유예 처분했던 사안을 다시 문제 삼자 변호인측은 “고의적으로 유씨를 괴롭히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는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2005년 6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국내 탈북자들로부터 13억5,000만원을 입금 받아 북한에 있는 이들 가족에게 12억9,200만원을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수수료를 누가 챙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유씨가 국내 탈북자에게서 받은 돈을 중국에 있는 외당숙 국모씨의 계좌로 전송하면, 북한-중국 왕래가 가능했던 국씨가 다시 북한 내로 반입하는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0년 3월 서울동부지검은 유씨의 같은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으나 “(대북 송금에 사용된) 통장명의를 국씨에게 빌려 준 것뿐”이라는 유씨의 주장과 대북송금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피의 사실이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나 결과 등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하지만 검찰은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 와중인 지난 3월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이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자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유씨는 지난달 30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지만 관련 혐의에 대한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추가 기소하게 된 배경에 대해 “유씨의 주장과 달리 그가 범행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나왔고 (불법 대북송금 액수가)기소유예 당시보다 5,000만원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검찰이 조작된 증거를 법정에 제출한 검사들은 기소하지 않으면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유씨를 상대로 괴롭히기에 나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또 유씨가 2011년 재북화교 신분을 감추고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에 임용돼 서울시 공무원의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함께 기소했다. 당시 유씨가 합격한 서울시 복지정책과 계약직은 북한 이탈주민으로 응시자격이 제한돼 있었다.
유씨는 지난달 25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화교 신분을 숨기고 탈북자들에게 지원되는 정착지원금 등을 받고 여권을 부정발급 받은 혐의(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여권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00여만원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의 간첩 혐의 무죄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이날 추가 기소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은 별개로 진행된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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