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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노래 더이상 들을 수 없어 가장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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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노래 더이상 들을 수 없어 가장 슬퍼"

입력
2014.05.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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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촛불 행동’ 행사가 열린 10일 오후 안산 단원구 안산문화광장. 가수가 꿈이었으나 세월호 참사로 뜻을 이루지 못한 단원고 학생 고 이모(17)양이 생전에 부른 ‘거위의 꿈’ 노래가 울려 퍼지자 광장에 모인 1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곳곳에서 흐느꼈다. 무대 위에서는 시민합창단이 이양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 그 속에는 이양의 언니 이보영(23)씨도 함께 있었다. 노래는 이양이 올해 2월 선배들의 졸업식 때 학생 대표로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하던 것으로, 이양을 떠나 보낸 후 가족들의 컴퓨터와 휴대폰에서 수없이 반복 재생됐던 노래다.

이씨는 “망설였지만 동생이 좋아할 것 같다”며 무대에 올라 다시 한 번 동생과 화음을맞췄다. 행사 다음날인 11일 이씨는 “동생에게 와플을 사 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다섯살 터울인 언니 이씨에게 이양은 살뜰히 챙겨줘야 할 “딸 같고 친구 같은 동생”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언니는 무거운 가방을 늘 대신 들어줬고, 이씨 휴대폰에는 동생 번호가 ‘내딸래미♡’라고 저장돼 있을 정도다. 한 방에서 같이 자는 자매는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했다. 이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둘이 엽기사진 찍겠다고 장난쳤던 그런 일상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에게 아직까지 동생은 잠시 여행 중이었다.

노래를 잘 하는 자매 덕에 집에서는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머니도 “집에서 둘이 같이 노래하는 모습을 다시 못 본다는 게 가장 슬프다”고 했다. 이씨는 “동생이 수학여행 가서 부른다며 김범수의 ‘끝사랑’을 눈물 날 정도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에 ‘노래 정말 잘한다’고 해줬는데 그게 동생한테 한 처음이자 마지막 칭찬이 됐다”며 “동생이 크면 술도 같이 마셔보고, 함께 가고 싶은 곳도 많았는데 못해 준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날 안산문화광장에서는 다른 희생자 가족들도 나와 떠나 보낸 아이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쏟아냈다. 단원고 학생 고 김모(17)군의 어머니는 무대에 올라 “자는 듯이 예쁜 모습으로 부모 품에 돌아와 줘서 고마워. ‘엄마 아빠 사랑해. 내 동생 어떡하지’라는 말을 마지막 영상으로 남긴 천사 같은 아들아 너무 고맙다. 용접공으로 20년 간 묵묵히 살아온 착한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던 너.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힘을 내 줄래? 마지막 한 명까지 친구들이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줘”라고 쓴 편지를 낭독했다. 같은 반 친구 고 박모(17)군의 아버지 박중대씨도 “좋아하던 음악을 못 하게 해서 미안하다. (피해자들이 안산이 아니라)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 아들아, 이제는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할 시간이다. 너와 내가 이별을 해야 하고 놓지 못했던 희망의 끈과도 이별해야 할 시간이다. 용서하거라”며 애끊는 부정을 전했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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