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왔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로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논란이 일면서 길 사장의 사퇴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김 전 국장은 9일 기자회견과 JTBC 인터뷰를 통해 “길 사장이 평소 보도에 통제를 가했다”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을 톱 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KBS 보도의 공정성 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12일 오후 3시 KBS 본관 앞에서 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11일 “길 사장은 독립성 침해가 밝혀진 이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그래야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기자협회는 9, 10일 이틀 연속 성명서를 발표하고 “길 사장은 더 이상 사장으로서의 리더십은 사라졌다고 선포한다”며 “보도국장 사퇴 과정에서 사태를 수습하라는 청와대의 요청에 KBS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KBS기자협회는 또 “보도와 관련한 간섭의 내용, 그리고 청와대 압력의 정황을 밝히고 즉각 물러나라”고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의 압력과 관련해서는 박준우 정무수석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수석은 9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며 “그래서 KBS에 노력해 줄 것을 부탁했고 국장이 사의를 표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언론노조 KBS본부는 “길 사장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8일 KBS를 찾아왔을 때만 해도 아무 조치를 내놓지 못하더니 유가족이 청와대를 찾아가고 청와대가 김 국장의 사임을 요구하자 불똥이 자신에게 튀는 것을 막기 위해 김 국장의 사임을 강요한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추혜선 사무총장 역시 “만약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 국장의 사퇴를 지시하고 길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수위를 정했다면 부적절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세월호 보도의 편향성과 길 사장의 독립성 침해 논란 등으로 KBS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0일에는 검은티셔츠행동에 참여한 시민 100여명이 KBS를 비롯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언론사 앞에서 ‘국민의 보도지침’을 낭독하며 시위했다. 젊은 디자이너 4명의 제안에 따라 검은티셔츠행동에 참여한 이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받아쓰기만 한 언론의 공개사과를 촉구한다”며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는 언론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으며 반성하지 않는 언론, 정권 앞에 침묵하는 언론은 필요 없다”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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