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텃밭인데, 힘 있는 실세 밀어 줘야지예.” (동래구 정모씨) “말만 제2의 도시였지, 20년 동안 잘된 게 뭐 있노?” (사하구 김승호씨)
세월호 충격이 여전하지만, 6.4 지방 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와 무소속 등 주요 시장후보의 접전이 예상되는 부산에서도 정치 민심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최근 10년간 개발 호재가 몰린 동쪽은 새누리당,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부 지역은 반 새누리당 정서가 뚜렷했다.
10일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구 마린시티.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 지역구를 실감케 하듯 “안정적 부산 발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성현(51)씨는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 벌여 논 개발사업이 많다 아입니꺼. 이거 다 해결해야 카는데 변화다 뭐다 막 해 싸면 뭐가 되겠냐 말입니더”라고 말했다. 서 후보가 ‘친박 실세’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김모(61)씨는 “대통령과 가깝다니까, 뭐라도 더 가져왔으믄 가져왔지 덜 가져 오진 않을까 싶네예”라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부산을 남북으로 가르는 중앙로를 넘어 서부산으로 옮겨오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원 도심지이자 공장 밀집 지역인 이곳에서는 ‘20년 여당 정치의 불식’을 주장하는 민심이 뚜렷했다. 사상역에서 만난 송한목(39ㆍ자동차매매업)씨는 “부산 경제가 바닥 아입니꺼. 20년간 부산 발전은 없었어예”라며 야권 후보를 지지했다. 택시기사 김모(47)씨도 “(새누리당) 서 후보가 당선돼 보이소. 부산 변화는 또 10년 미뤄야 합니데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 여당에 대한 반감도 40대를 중심으로 강했다. 부산시청의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자영업자 유모(47)씨는 “새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이번 일은 용서가 안됩니더”라고 했다.
반 새누리당 성향 유권자라도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의견 대립이 심했다.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오거돈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정치공학적 통합에 반발하는 원칙론도 만만치 않았다. 부산 최대 전통시장인 부전시장의 상인 이모(55)씨는 “20년 여당 독점을 깨려면 단일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황중호(65)씨는 “제1야당 후보와 두 번이나 출마했던 무소속 후보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단일화에만 몰두한다면, 야합이고 구태정치”라고 주장했다.
누가 단일 후보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회사원 이모(51)씨는 “여론조사를 봐도 오 후보 지지율이 더 높다”고 얘기했지만, 박모(39ㆍ의류도매업)씨는 “여당 성향이 뚜렷한 오 후보대신 개혁 성향이 강한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부산=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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