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로 전남 진도군 어민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자비를 들여 실종자를 수색하고, 기름 유출로 양식장마저 초토화됐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1일부터 하루 최대 어선 50여척, 어민 160여명이 사고 인근해역 1,200㎢에서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주 3회 수색을 벌이는 꽃게잡이 어선 ‘하용호’의 김병수(59) 선장은 “한 번 수색을 나가면 기름값만 60만원에 꽃게잡이 철 조업 포기로 손실 200여만원을 떠안고 있다”며 “사고 수습이 우선이지만 생계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벙커C유, 경유 등 기름 200여톤으로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앞바다 미역 양식장(8.39㎢ 규모)이 황폐화됐다. 여기서 생산하는 미역은 국내 최고로 꼽힌다. 장채환(59)씨는 “1년 농사를 5월에 수확하는데 기름에 덮여 미역 7,000만원어치를 모두 버렸다”며 “미역 포자가 달라붙는 갯바위가 기름에 오염돼 방제작업을 해도 내년까지는 양식이 힘들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미지 하락에 따른 장기적인 손실도 우려된다. 김병수 선장은 “(기름 유출, 사고 해역 등으로)진도의 이미지가 나빠져 벌써 상인들은 ‘진도 꽃게는 인기가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고 토로했다.
이곳 섬 주민들의 이동도 크게 제한되고 있다. 팽목항에서 조도(鳥島)를 오가는 정기 여객선은 하루 10회 가량 있었지만 사고 이후 2, 3회로 줄었다. 사고 해역과 팽목항을 수시로 오가는 해경 함정 등으로 선착장 이용이 제한되고 있어서다. 정순배(51) 조도면 여미리 이장은 “수산물 출하, 각종 생필품 조달을 배편으로 해왔는데 모든 게 막혔다”며 “팽목항을 통하지 않는 다른 배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책 마련에 뒷짐을 지고 있다. 한 어민은 “수색작업에 쓰는 저인망에 꽃게 통발이 딸려 들어가 보상을 문의했더니 군청에서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다”며 “낮에 수색작업 하고 언제 저인망 어선을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양식장이 기름에 덮인 김수배(73)씨는 “우리도 피해가 적지 않은데 정부는 보상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 전남도, 진도군과 함께 피해대책위원회를 꾸려 보상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원방안과 규모는 오리무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보상의 1차적 책임은 청해진해운에 있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렵다”며 “보상 규모나 기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진도=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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