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가 자살을 기도했다. 이 어머니는 9일 다른 희생자 가족들과의 대화방에 “다른 세상에서라도 열심히 응원하겠다, 죄송하다”는 글을 남겼다. 다행히 메시지를 본 유가족들의 발 빠른 대처로 자택에서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뒤 실신해 있는 어머니를 발견해 생명을 건졌다. 이틀 뒤인 11일에는 또 다른 유족이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 뒤편 나무 밑에서 허리띠로 올가미를 만들고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해 비극을 막았다.
우려했던 일이다. 사고수습이 장기화하고, 많은 희생자들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상황에서 유족들의 심리적 육체적 물질적 고통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여러 번 지적했듯, 대형참사를 겪은 유족들과 부상자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고통스런 기억에 떠밀려 2차 피해자가 되기 십상이다.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분노, 자포자기적 심정에 몸부림치기 쉽다. 이런 정신적 충격이 건강 악화와 실직, 이혼 등 생활의 파탄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잖다. 2003년 200명 가까운 희생자와 150여명의 부상자를 낳은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가 좋은 예다. 당시 부상자들의 일부는 사건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수십 명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뇌졸중과 발작, 우울증 등의 증세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가족국장을 지낸 제이미 핀치는 최근 기고에서 “세월호 사고나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광범위한 유족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며 한국 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최소한의 유족지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엄청난 참극을 거듭했음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우리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부는 세월호 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자발적ㆍ비자발적 실직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유족들에게 실업급여를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상처를 딛고 삶의 의지를 되찾도록 하려면,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심과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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