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분명 비인간적인 일인데 감시자는 사명감에 불탄다. 조국의 존립을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신념으로 유명 인사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는지 살핀다. 그런데 정작 유명 인사의 잘못을 찾기 힘들고 감시자에게 명령을 내린 상관의 권력남용이 눈에 띈다. 감시자의 신념은 흔들리고 유명 인사를 향한 연민이 생겨난다. 10일 방송되는 독일 영화 ‘타인의 삶’(EBS 밤 11.00)은 반체제인사를 감시하던 동독 국가보안부 요원의 눈으로 권력의 비인간성을 고발한다.
감시자는 비즐러(울리히 뮤흐) 대위이고 피감시자는 유명 극작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치)이다. 비즐러는 드라이만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그의 사생활을 감시하는데 곧 감시의 목적을 알게 된다. 국가보안부 출신 헴프가 드라이만의 애인 크리스타(마르티나 게덱)를 차지하려고 드라이만을 제거하려는 속셈을 눈치챈 것이다.
비즐러 역의 뮤흐는 원래 동독의 유명 연극배우였다. 동독정부를 곧잘 비판했던 그는 정보기관의 감시 대상이었다. 뮤흐의 아내마저 그에 대한 정보를 정보기관에 넘겼다. ‘타인의 취향’은 실제론 피감시자였던 유명 배우 뮤흐에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감시자 역할을 맡겨 극적 효과를 노린다. 이념을 앞서는 보편적인 인간애를 꼼꼼한 연출로 그려낸 수작이다. 2007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외국어상을 수상했다.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15세 이상 시청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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