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가족대책회의실 앞. 실종 학생 어머니는 햇볕에 그을려 벌겋게 부어 오른 두 손을 기도하듯 깍지 낀 채 바다만 멍하니 바라봤다. 그는 10여m 떨어진 화장실이나 가족대기소에 갈 때도 손을 풀지 못했다. 옆에서 어머니를 부축하던 친척 여성은 “우리만 남게 될까 솔직히 두렵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 24일째인 이날 오후까지 실종자 수는 31명.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각각 3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만 남아 있다. 피붙이 소식을 기다리느라 서 있을 기력조차 없는 가족들은 모두가 떠난 뒤 홀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도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한 실종자 가족은 자녀의 시신을 발견해 짐을 챙기는 가족에게 다가가 “3주간 같이 있다가 헤어지려니 정말 서운하네. 그래도 (시신을 찾아) 축하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실종자 가족 수가 100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북적이던 자원봉사자들도 하나 둘씩 진도를 떠나고 있다. 이날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 등록돼 있는 자원봉사자 수는 약 600여명. 사고 초기 2,000여명에 달하던 것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부터 팽목항에서 구호 물품 정리를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김민환(41)씨는 “사람들이 워낙 많이 빠져서 오늘이나 내일쯤에는 집에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팽목항 가족대기소 인근에 마련된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천막도 한산한 분위기다. 협회 관계자는 “스트레스로 목과 어깨 통증을 호소하시며 오셨던 가족들이 많게는 하루 60명을 넘었지만 이제는 열 명도 안 오신다”고 말했다. 실내체육관에서 식사를 지원해온 자원봉사단체 6곳 중 3곳이 이날 오전 철수했다.
반면 경찰은 더 늘었다. 더딘 수색으로 인한 초조함과 남겨진 쓸쓸함으로 실종자 가족들이 혹여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에 대비한 조치다. 이날 팽목항에는 300여명, 체육관에는 20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들이 혹시 불미스러운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배치 인력을 지금보다 늘려 더 세심하게 순찰하겠다”고 말했다.
진도=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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