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기위축을 막기 위해 2분기 재정집행규모를 7조8,000억원 늘린다.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여행 운송 숙박업체는 연 2~3%대 저리로 750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받는다.
정부는 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최근 경기동향에 대한 선제적 보완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여행ㆍ운송업계 등의 어려움이 확산될 경우 어렵게 살린 경제회복의 불씨가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재정추가 투입의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로 예정된 재정집행을 앞당겨 2분기 집행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정부는 80조8,000억원에서 86조8,000억원, 광역단체는 26조9,000억원에서 28조7,000억원으로 늘린다. 이에 따라 상반기 중앙ㆍ지방정부의 재정집행률은 55%에서 57%로 늘어나고 2분기 성장률은 1분기보다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당초 투자계획(상반기 25조9,000억원)의 집행을 독려하고 하반기 투자계획(24조1,000억원)을 앞당겨 집행토록 할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등 7개 금융공기업의 정책금융 연간 공급목표 244조4,000억원 중 60%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다. 특히 참사로 영업에 타격을 입은 여행ㆍ운송ㆍ숙박업종 영세업체에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통해 연 2.25%로 150억을 빌려주는 등 운영자금을 저리로 융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피해가 두드러진 안산시ㆍ진도군의 모든 사업자에 대해 부가가치세 신고ㆍ납부기한을 3개월 일괄 연장하고 이미 부과된 부가가치세는 최대 9개월 징수를 유예키로 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금융중개지원대책(구 총액한도대출) 여유한도 2조9,000억원을 조기에 소진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현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이며, 적절한 수준”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정부는 상반기 재정집행을 57%까지 앞당겨 국내총생산을 0.2%포인트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각종 대외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하반기 경제 운영에 부담을 주는 미봉책일 뿐이다. 또 취약업종에 대한 지원 규모가 750억원으로 크지 않고 대부분 융자지원 형태인 점도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어려워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향후 경기 추이를 살피면서 지속적인 규제개혁과 서비스산업 인프라 확대를 통해 내수 침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이번 대책은 풀스케일 경기대책이 아닌 보완대책”이라며 “6월까지 내수위축 정도를 지켜본 뒤 필요하면 추가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