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전 대표가 STX그룹 측으로부터 10만달러를 수수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검찰은 고위 공직자 한두 명을 더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어 STX그룹 로비 수사가 본격화될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계좌 추적과 참고인 진술 등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표를 지낸 A씨가 STX그룹에서 금품을 받은 단서를 잡고 이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무역보험공사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STX조선해양은 분식회계를 통해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토대로 2009년 6월 무역보험공사에서 4,000억원을 대출 받았다. 검찰은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이 대출 청탁을 하거나 대출보증 관련 특혜를 요구하면서 당시 무역보험공사 대표였던 A씨를 상대로 금품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STX측이 A씨의 자녀에게 학자금 명목으로 미화 10만달러(약 1억원)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대가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A씨가 STX중공업 회장을 지낸 이희범(65)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함께 일했던 사실도 파악하고 이 전 회장이 연루됐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와 5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강 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강 전 회장은 사기성 대출을 받아 금융권에 거액의 손실을 끼쳤으며, STX 계열사들을 동원해 자신의 개인회사를 부당 지원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2008~2012년 STX조선해양의 매출액을 과대계상하고 매출원가를 과소계상하는 수법으로 2조3,264억원 상당을 분식회계 했다. 강 전 회장은 분식회계를 통해 작성된 허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으로부터 9,000억원을 대출받고 1조7,5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활용했다.
STX그룹 계열사들은 상환 능력이 없는 강 전 회장 소유의 STX건설에 3,000억원 가량을 부당 지원하는 데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STX건설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버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침체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계열사들은 강 전 회장의 지시로 STX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가 하면, 공사선급금 명목으로 STX건설에 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강 전 회장은 2012년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사업과 관련해 STX건설이 시행사인 군인공제회로부터 대출 받은 1,000억원 중 869억원을 STX중공업이 연대보증 하도록 지시해 거액의 채무를 떠안게 했다.
강 전 회장은 또 회사 돈 557억원을 빼돌려 개인 채무 변제와 경영권 확보 등에 사용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계열사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부풀려 지급한 후 돌려받는 수법으로 조성한 15억원과 ㈜STX에서 차용한 32억원 등 비자금 47억원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이희범 전 장관은 STX중공업과 STX건설 회장을 맡았고, STX건설의 군인공제회 채무에 대한 STX중공업의 연대보증과 관련해 군인공제회 이사장을 직접 만나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사실이 인정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밖에 STX그룹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변모(61)씨와 ㈜STX 전 경영기획본부장 이모(50)씨, STX조선해양 전 부회장 홍모(62)씨와 전 CFO 김모(59)씨 등 전직 그룹 임원 4명을 구속 기소하고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인 권모(56)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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