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로 가족을 잃은 안산지역 유가족의 약 45%가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안산 트라우마센터)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에 빠진 안산 시민들의 정신·심리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안산 트라우마센터가 보다 포괄적이고 장기적으로 역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안산 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현재 정신과 전문의, 정신보건 간호사 등 상담 인력 10개 팀이 지난달 24일부터 유가족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시도한 결과 총 180여가구 중 약 100가구가 방문상담에 응했고 20여가구는 거절했으며 60가구 정도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체 유가족 가구는 더 많지만 트라우마센터는 장례를 치르고 3일쯤 지난 후부터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방문상담을 시도한 유가족 중 20여가구는 “아직 때가 안 됐다”고 상담을 거절했다. 연락이 되지 않은 약 60가구는 진도나 합동분향소 등에 있느라 집을 비워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규섭 안산 트라우마센터장(국립서울병원장)은 “거부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을 줄 알았는데 그런대로 상담에 응하는 편”이라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의 손길에서 빠져있는 이들 중 고위험군이 없는지 각별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용주 광주 트라우마센터장은 “상담은 강제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준비가 될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이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상담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센터장은 또 “5·18 유가족들도 지금 이 사건 보면서 재외상을 입는 분들이 꽤 된다”며 “공동체 전체가 트라우마 상태에서 회복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안산 트라우마센터도 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 트라우마센터의 집중 관리 대상은 안산 시내에 유가족 600여명 정도로 파악된다. 하지만 친·인척을 포함하면 1,000명, 단원고 외 중·고교생까지 하면 6만여명으로 늘어난다. 사고를 직접 겪은 생존자 외엔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낮다 해도 안산 트라우마센터가 살펴야 할 대상이 매우 폭넓은 것이다.
지자체 사정에 따라 센터 운영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적인 예산 확보도 필수적이다. 센터는 올해는 전액 국고로 지원되지만 내년부터는 국고와 지방비가 반반씩 들어간다.
안산 트라우마센터가 접촉한 100여가구의 유가족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은 남은 형제들에 대한 걱정이다. 하규섭 센터장은 “만나본 유가족들은 우선적으로 우리 아이 같이 좋은 아이, 착한 아이를 떠나 보낸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제일 큰데 이는 끔찍한 사고로 아이를 억울하게 잃어버린 데 대한 정상적인 급성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모들의 제일 큰 걱정은 대부분 남은 자식(희생자 형제·자매)의 상태라 우리가 방문하면 ‘쟤가 괜찮은지 전문가가 좀 봐달라’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 상담사들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판단하면 의료기관으로 연계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산=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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