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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입력
2014.05.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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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가의 투자회사 수석부사장인 제프 베조스는 1994년 연봉 100만달러짜리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명문 프린스턴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30세의 야심만만한 청년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최근 1년간 2,400% 성장했다”는 뉴스를 듣고는 미련 없이 진로를 바꿨다. 곧장 집으로 달려가 이삿짐을 꾸린 그는 자신의 사업에 가장 적합한 도시를 검색,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서부 시애틀로 떠났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이렇게 탄생했다.

▦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은 베조스와 동갑내기다. 하지만 여러 모로 차이가 난다. 저장성 항저우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3수 끝에 지역의 이름 없는 대학을 나와 1994년 월급 12달러를 받으며 영어강사를 하고 있었다. 이듬해 저장성과 미국기업과의 분쟁 협상 통역사로 시애틀에 가게 된 그는 현지에서 인터넷을 처음 접했다. 1999년 친구 17명과 함께 50만위안(약 8,250만원)을 모아 알리바바를 세운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중화권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석권했다. 지난해 기준 총 거래액이 2,480억달러. 아마존(1,100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 알리바바가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IPO) 신청서를 냈다. 이번 IPO를 통해 200억달러 이상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추정돼 2012년 페이스북(164억달러)은 물론이고, 미 증시 사상 최대였던 2008년 비자카드(179억달러)도 넘어설 전망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1,360억~2,450억달러(약 140조~250조원)에 달해 구글에 이어 세계 2위 인터넷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슬람 구비문학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알리바바가 ‘40인의 도둑’이 쌓아놓은 금은 보화를 독차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일까. “열려라 참깨”를 외치며 노크한 중국 기업 알리바바의 도전에 월가는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도 편치 않다. 이젠 제조업뿐 아니라 IT에서도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국내 벤처인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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