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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재편 20년… 두산, 식품사업 완전히 손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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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재편 20년… 두산, 식품사업 완전히 손뗐다

입력
2014.05.0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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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20년 환골탈태 대장정이 마침표를 찍었다. 식품 위주의 ‘소비재 회사’였던 두산은 1995년 창업 100주년을 맞아 ‘중공업 그룹’으로 180도 사업구조 전환을 선언했는데, 마지막 남은 식품회사까지 매각하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두산은 8일 자회사인 DIP홀딩스가 유럽계 최대 사모펀드인 CVC캐피탈파트너스에 SRS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1,000억원 선이며 양도작업은 6월쯤 마무리 될 예정이다.

SRS코리아는 2004년 두산의 외식사업부가 분할되어 만들어진 회사로 그간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으로 잘 알려진 KFC를 운영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매각 대금은 당분간 내부 유보금으로 둔 채 다각도로 활용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은 1990년대만 해도 OB맥주를 필두로 한 전형적인 식음료 중심의 소비재 그룹이었다. 당시 호황기를 믿고 과도한 투자를 벌인 두산은 이후 후유증으로 경영난에 빠졌고, OB맥주 역시 크라운맥주 브랜드 ‘하이트’에 밀려,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위기를 겪었다. 두산은 이에 소비재 위주로는 지속성장과 도약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 사업구조재편 방향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다. 이를 토대로 대대적인 ‘사업구조 리빌딩’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그룹 총수는 박용성 회장이었고, 사업구조재편 세부작업은 박용만 사장(현 회장)이 맡았다.

두산은 이후 주력 사업이었던 OB맥주 영등포 공장(95년)을 비롯해, 한국네슬레 지분(96년), 전분당사업 지분(99년)을 차례로 팔아 치웠다. 또 다른 간판사업이었던 코카콜라를 위시한 음료사업 부문도 97년 미국 코크사에 넘겼다. 2006년엔 대표 김치브랜드였던 종가집김치를 매각했고, 10년엔 병 뚜껑을 만들던 삼화왕관도 팔았다. 이어 2년 전엔 햄버거사업인 버거킹을 보고펀드에 처분했고, 결국 이번에 마지막 남은 KFC까지 파는 데 성공했다.

이미 소비재기업에선 탈피했지만, 마지막 남은 식품기업까지 매각 완료했다는 점에서, 20년에 걸친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사실상 매듭지어지는 상징성이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두산은 대신 M&A를 통해 중공업 기업들을 속속 사들였다. 2001년 민영화 대상 공기업이었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데 이어, 2003년엔 현대그룹 계열이었던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를 매입했다. 2005년에는 옛 대우그룹 소속으로 워크아웃 중이던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을 손에 넣었다. M&A는 해외에서도 진행됐는데, 세계적 중장비회사인 영국의 밥켓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 관계자는 “외환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사업구조 개편에 착수했고 소비재 계열사들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아울러 이 매각자금으로 중공업 회사들을 매입함으로써 사업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은 전체 매출액에서 중공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하는 전형적인 ‘중후장대’기업이 됐다. 해수담수화 기술과 엔진 등 분야에선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그룹 사업구조를 두산처럼 바꿔놓은 예는 전무후무하다”고 말했다.

아직 두산그룹 내엔 프로야구단(두산베어스), 출판(두산동아), 광고(오리콤) 금융(두산캐피탈) 콘도(두산큐벡스) 및 쇼핑몰(두산타워) 등 비중공업 계열사들이 일부 남아 있다. 하지만 각각 상징성이 있는 사업이라 적어도 상당기간은 이 회사들은 계속 갖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공업 재편은 이미 상당부분 이뤄졌지만 이번 매각을 통해 사실상 20여 년에 걸친 구조조정은 일단락 된 셈”라며 “중공업 분야의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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