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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 '거꾸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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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 '거꾸로 경제학'

입력
2014.05.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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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정오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에 자리잡은 A은행 문래동지점. 회사 밀집지역이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을 찾는 직장인들로 붐빌 시간이지만, 은행 창구는 몹시 한산하다. 가장 이용자가 많은 입출금 창구도 대기자가 고작 3명. 길어도 5분이면 업무를 볼 수 있다. 외환거래나 상품가입 창구 등은 전혀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상담이 가능했다. 반면 은행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통장정리기는 빈 곳을 찾을 수 없다. 7개 기기에 모두 이용자가 있고, 5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 은행 청원경찰 김모씨는 “아무리 은행이 붐벼도 창구에서 수 십분 씩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B은행 목동역지점. 주택가라 한때는 하루 종일 고객들로 붐볐던 곳이지만, 이곳 역시 지금은 고객들로 붐비는 ATM과 썰렁한 창구가 확연한 대비를 이뤘다.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발급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는 이모(43ㆍ여)씨는 “어지간한 업무는 모두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가능하기 때문에 요즘은 은행 창구를 찾을 일이 거의 없다”며 “이렇게 큰 영업점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행 창구가 점점 고객과 멀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은행 거래 중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는 대면거래 비중은 12.2%. 7년 전인 2006년 22.1%에서 반토막이 났다. 은행 거래를 10번 하면, 그 중에 1번 가량만 은행 창구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고객들은 ATM(40.6%)으로, 인터넷뱅킹(34.1%)으로, 또 텔레뱅킹(13.1%)으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한다.

하지만, 은행 점포는 이 기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작년 말 은행 점포 수는 7,814개로 2006년(7,054개)보다 10.7% 늘어났다. 창구를 지키고 있는 은행 직원 수 역시 이 기간 13만990명에서 13만5,282명으로 소폭 늘었다. 점포가, 또 창구가 한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연히 점포 축소에 나서야 하지만, 은행들은 선뜻 나서지 못한다. 노조와의 대립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고, 일자리 확충이라는 정부 정책과도 어긋날 수 있다.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점포를 30% 축소하겠다고 나서면서 노조와 정면 대립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대면거래 비중은 점점 더 축소될 수밖에 없지만 현재로선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적자를 내는 점포도 10곳 중 1곳이 넘어서면서 점포 딜레마가 극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 창구 직원들의 위기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KB국민은행의 한 지점장은 “과거에는 은행원들이 점포에서 부지런히 발로 뛰며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보람을 느끼며 회사와 성장했다”며 “지금은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이 급감하다 보니 보람보다는 점포가 폐쇄돼 감원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직원들 사이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통ㆍ폐합보다는 영업전략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한다. 자칫 무리한 축소는 고객 불편과 금융사고 증가로 이어질 우려도 다분하다는 것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점포는 성인 10만명당 18.4개(2012년 말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5.0개)보다 적다”며 “수익성 저하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기 어렵다면 영업시간과 영업일을 조정하고, 점포 밀집지역에서 벗어나는 등 변화를 통해 점진적인 탈출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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