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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 길위의 이야기] 태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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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 길위의 이야기] 태도들

입력
2014.05.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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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극이나 재앙 앞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태도를 보인다. 그들의 태도는 평소 그들이 보여준 성향이나 기질 등으로 충분히 유추 가능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나는 예측 가능한 사람들의 태도보다는 평소의 모습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그 비극이나 재앙의 본질을 더욱 섬세하게 발견하게 된다. 나는 어떤 경우인가. 나는 사실 평소의 모습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참괴한 현실이 눈앞에서 일어났을 때, 나는 보통 ‘여기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디인가’ 같은 관념적인 질문에 빠지거나 가파른 환상 속으로 숨어든다. 그것도 아니라면 밑이 빠진 술잔 속으로 도피한다. 그러면서 너무나도 쉽게 그 절망에서 비켜서보려고 하는 것이 내 오랜 습벽이다. 이런 모습은 사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너무나 뻔해 보이는 재미없는 인사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참혹한 봄을 지내고 있는 지금, 나는 나의 태도에 좌절한다. 이번에는 똑같은, 뻔한 태도 속에 침잠하려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분노의 연대를 하고 있다. 연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곳곳에서 집회와 단체 행동을 결사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단독자도 못 되고 연대의 동지도 못 되는 나의 자괴가 깊어진다. 혼자 울 수 있는 방을 설계한 건축가는 정말 없는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방을 뛰쳐나가야 하는가. 잘 모르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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