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에서 파생된 ‘삼성 스폰서’ 의혹에 대해 검찰은 계속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무혐의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폰서 의혹은 삼성물산 계열사 임원이었던 채 전 총장의 고교 동창 이모(57)씨가 회사 자금을 횡령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군 모자에게 2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삼성이 이씨를 통해 채 전 총장에게 사실상 뇌물을 건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12개 시민단체가 채 전 총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7일 회사 돈 17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8일 구속된 이씨의 구속만기일이 종료됨에 따라 일단 명확히 밝혀진 횡령 혐의로 기소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씨는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다 1999년 퇴직해 삼성서울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자회사에서 2012년 3월까지 임원으로 일하며 17억원의 회사 어음을 개인 채무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가 횡령한 돈을 보관한 계좌에서 2010년 채군 계좌로 1억2,000만원이 송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씨가 지난해 7월 채군 측에 건넨 나머지 8,000만원은 횡령 자금과는 출처가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돈은 뇌물일까. 채 전 총장은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시절 삼성그룹의 편법 상속문제와 직결된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을 기소한 적이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채 전 총장이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기소를 강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뇌물죄는 아무리 사건을 원칙적으로 처리했다고 해도 이해관계가 있는 대상, 즉 직무 관련성이 있는 곳에서 받으면 적용될 수 있다.
삼성그룹은 뇌물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회사는 오히려 이씨의 횡령 범죄 피해자라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2월 “이씨가 횡령한 17억원 가운데 2억원을 채군 계좌에 송금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씨도 검찰 조사에서 “원래 알고 지냈던 임씨에게 빌린 돈을 갚은 것이고, 일부는 증여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군측에 돈을 건넨 시점도 에버랜드 수사 시기와 너무 떨어져 있다.
검찰은 이씨의 회사 돈 횡령은 개인적인 범행이며, 이 돈의 일부를 채군 모자에게 건넨 것 역시 삼성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고발된 사건이라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삼성 스폰서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황이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