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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사회ㆍ경제적 가치

입력
2014.05.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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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귀한 인명을 앗아간 크고 작은 재난이 끊이지 않는다. 현대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전으로 인해 대형재난의 가능성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도 그 위험을 더한다. 그렇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과학기술이 축적됨에 따라 이런 재난에 대한 예측, 예방과 사후대처 능력도 더불어 발전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발생한 각종 대형사고는 우리 안전체계와 능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원전 비리에 이어 이번 세월호 참사는 해상안전체계의 결점과 무능함에 더해 불법과 부정부패까지 얽힌 사건이다. 예측과 예방에서 사후대처에 이르기까지, 안전감독부터 안전실행에 이르기까지 안전시스템의 전(全) 단계에 걸쳐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 정부와 사회는 많은 진단과 처방을 내 놓았다. 아래에서는 우리 안전체계의 재건설을 위한 고려사항을 추가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안전제일주의를 국가발전의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선진국 그룹에 들어선 배경에는 무엇보다 경제제일주의가 있었다. 그런데 경제성장을 위해 다른 가치가 많이 희생되었다. 그중 하나가 안전이었다. 오늘 우리는 그 대가를 호되게 치르고 있다.

최근 우리의 안전제도는 큰 발전이 있었지만, 안전관행과 안전문화는 아직 선진국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우리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안전제일주의를 국가적 가치이자 목표로 부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를 위해 안전을 희생한다는 생각을 배격해야 하고, 안전을 위해 경제를 희생할 수도 있다는 국가시책과 국민적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안전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가치로 보아야 한다. 고도경제성장기에는 안전비용을 낭비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오늘 안전사고가 초래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비용은 평상시 안전비용의 총합보다 훨씬 크다. 대형재난의 고통은 국민에너지를 고갈시키고, 국가 경제를 뒤흔든다. 우리는 원전 납품비리와 세월호 침몰사건을 통해 이를 혹독히 경험하였다.

우리는 평소 빈발하는 화재와 범죄,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 소방서와 경찰서, 병원을 곳곳에 운영하며 대응하고 있다. 그렇지만 빈발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우리는 평소 준비와 투자를 게을리하고, 심지어 그 비용을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9ㆍ11테러,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세월호 사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실 이 사건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9ㆍ11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서 평소 정상적인 준비체제로 대처하기 어렵다. 또한 테러범 또는 자연재해 등 외부요인으로 발생했다. 그런데 세월호의 경우는 내부요인으로 발생했고, 또 정상적인 대응체제만 제대로 가동했더라도 재난을 예방하거나 피해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중의 숙제를 안고 있다. 첫째, 비정상적인 안전체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둘째, 매우 드물고, 극단적인 재난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가는 평소 잘 발생하지 않은 전쟁에 대처하기 위해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방비에 투자하고, 개인도 평소 잘 발생하지 않는 질병과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월급의 일부로 보험을 든다. 대형재난에 대비한 준비도 이런 필수적인 사회보험에 해당한다.

셋째, 모든 안전주체 간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정부의 안전감독, 기업의 안전관리, 시민의 안전의식 어느 하나도 빠진다면 사고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어렵다. 원전납품비리와 세월호 참사에서 해당 기관의 안전감독 부실은 주요 사고 배경 중 하나이며, 그 책임을 면치 못한다. 동시에 기업의 안전관리와 개인의 안전의식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선진국은 기업과 개인 등 사회부문에서 강력한 자율적 안전관리 기능을 갖고 있다.

올 초 정부의 연두 업무보고에서 안전관련 부처는 ‘법이 바로 선 사회,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공동목표로 제시했다. 오늘의 사태를 볼 때 이 목표 달성이 더욱 절실하다. 안전사고 악순환의 사슬을 끊기 위해 정부, 정치권, 산업계, 개인 모두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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