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따른 애도 분위기가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세월호 슬럼프’가 만만찮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어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제한적이지만 세월호 사고로 인해 소매판매, 문화시설 이용, 관광ㆍ나들이 등의 분야에서 민간소비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선제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는데 먹고 마시고 놀러 다니길 바랄 순 없다. 하지만 경기를 살리자면 내수 활성화가 절실한 만큼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 경제 곳곳에서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건 맞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3.9%에 달해 2011년 1분기(4.9%) 이래 가장 높게 나왔다. 같은 기간 산업생산도 0.6%로 개선 흐름을 보였고, 4월엔 수출도 9%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설비투자는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섰고, 수출도 최근 원화가치가 급등하며 악영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대외부문과 함께 경기회복의 양대 축이 돼야 할 내수, 특히 민간소비가 1분기 0.3% 증가에 그칠 정도로 부진한 건 예사롭지 않다.
세월호 슬럼프가 걱정스러운 건 가뜩이나 저조한 민간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여행ㆍ관광업뿐만 아니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는 소비 전반에 영향을 줘 세월호 사고 직후인 지난달 16~30일 7개 대형카드사의 하루 평균 신용판매액은 5%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슬럼프는 불가피하지만, 슬럼프를 증폭시킨 책임은 정부에 있다. 사고 후 정부는 수학여행이 불안하다 하니 대뜸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연안여객선 안전이 문제라 하니 무더기로 운항을 중지시키는 등 ‘손쉬운 대책’을 남발했다. 현오석 경제팀이 그런 결정에 앞서 관련 부처들과 협의라도 제대로 했는지 궁금하다.
현 부총리는 어제 회의에서 “계약취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운송ㆍ숙박ㆍ여행업체 등과 진도ㆍ안산 등 피해지역을 위한 지원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정도는 밋밋한 피해구제책에 불과하다. 내일 대통령 주재 긴급민생대책회의가 예정된 만큼, 현오석 경제팀은 좀 더 창의적인 내수 활성화 조치를 강구해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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