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사들 사이에 오랜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잠수 한계점으로 알려진 수심 1,000피트(305m) 정복이었다. 영국의 존 베넷은 2001년 필리핀 해역에서 1,010피트(308m) 해저를 잠수해 세계 최고란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44세의 베넷도 서해 바다를 감당하진 못했다. 2004년 3월 전북 부안 앞바다 해저 60여㎙에 침몰한 파나마 선적 화물선을 조사하러 잠수했다가 실종됐다. 베테랑급 잠수부들이 총동원됐으나 결국 그를 찾지 못했다. 해경은 잠수병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서해의 거센 조류에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했다.
▦ 잠수병은 깊은 바다에서 오래 잠수했을 때 생기는 병이다. 물속에서 압축공기를 마시는 과정에서 몸 속에 들어간 질소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기포가 혈관을 막아 생기는 이상 증세다. 관절과 가슴통증, 어지러움, 다리 마비 등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뇌경색, 심근경색으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평생 잠수 활동을 하는 해녀들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도 만성 잠수병 때문이다.
▦ 지난 6일 세월호 수색 작업을 하던 민간잠수사 이광욱(53)씨가 숨졌다. 정확한 사망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뇌에 공기가 차 혈관을 누르는 잠수병의 일종인 ‘기뇌증’이 확인됐다고 한다. 민간구난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에 임시 고용된 뒤 첫 입수작업, 그것도 잠수한 지 불과 10분만에 일어난 사고다. 현장 적응과정이나 건강 상태 확인 등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주먹구구식 작업이 부른 비극이다. 그 동안 수색작업 과정에서 잠수병이나 부상으로 치료를 받은 잠수사가 17명이나 된다.
▦ 잠수사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잠수병만이 아니다. 서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조류가 강한 바다로 알려져 있다. 사고가 난 맹골수도는 유독 물살이 거세다. 이순신 장군이 빠른 조류를 이용해 왜군을 대파한 명량해협의 울돌목이 현재의 진도대교 아래다. 조선시대 곡식을 한양에 실어 나르던 조운선 수백 척이 침몰되기도 했다. 바닥은 뻘 밭이어서 손전등을 켜도 30㎝ 이상 시야 확보가 어렵다. 최악의 환경에서 일하는 잠수사의 안전도 지켜줘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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