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CES)에서 모니터 밑에 수 십 ㎝에 달하는 구멍을 뚫은 105인치 곡면 UHD(울트라HD) TV를 내놓았다. 스탠드는 화면 바로 아래서 화면을 떠받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스탠드를 통째로 스피커로 만드는 두 개의 파격을 한꺼번에 감행한 것이었다. 이를 본 전문가들은 “큰 구멍으로 거대한 화면이 주는 답답함을 해결했다"고 호평했다.
이런 디자인 파격을 주도한 건 차강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HE디자인연구소장(상무)였다. 그는 수년 전 LG전자의 '휴대폰 부흥기'를 이끌었던 초코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등을 디자인했던 주역. 현재 TV 관련 제품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차 소장은 7일 본지 인터뷰에서 '조연론'을 강조했다. 그는 “TV의 주연 격인 모니터가 얇고 커지고 점점 더 화질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모니터를 꾸밀 수 있는 여지는 줄었다”며 “대신 화면을 떠받치는, 즉 조연에 해당하는 스탠드나 사운드바가 중요한 디자인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거실의 보물’이라 불리던 시절 TV에게 디자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던 TV가 디자인의 대상이 된 것은 2000년 경 평면 브라운관이 등장하면서부터. 배불뚝이 브라운관이 대세였다가 평면 브라운관이 나오고 곧이어 PDP TV가 화면 두께를 획기적으로 얇게 하면서 거실, 방 등 주변 환경과 더 잘 어울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LCD LED UHD에 곡면 TV까지 등장한 지금은 더욱 그렇다. 차 소장은 “모니터의 틀인 바젤도 보일 듯 말 듯 할 정도로 얇아지고 투명해지고 있어 디자인으로 차별화는 쉽지 않다”며 “결국 모니터를 뺀 나머지인 스탠드와 사운드바에 디자인의 포인트를 둠으로써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지난해 중국 시장 공략용으로 내세워 성공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꽌윈(觀?) UHD TV’ 스탠드는 중국에서 번영, 평안, 순조로움을 상징하는 큰 배 모양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을 입혔다. 차 소장은 인도 시장 공략용 TV 스탠드는 모니터와 따로 뗄 수 있게 디자인했다. 그는 “인도 사람들이 선반에 물건을 많이 올려놓는다는 것을 파악하고 TV를 보지 않거나 바닥에 내려놓고 볼 때 스탠드를 선반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소장이 생각하는 TV 디자인의 핵심은 ‘단순함과 본질’이다. 그는 “3D기술에 스마트기능까지 TV의 화질과 성능은 화려해 지고 있다”며 “스탠드와 사운드바는 TV의 기본을 뒷받침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단순하고 간결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스탠드 소멸까지 예상했다. 차 소장은 “머지 않아 거실 유리창이나 주방과 거실을 나누는 칸막이 자체가 투명 TV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스탠드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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