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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기업 '온지구' 무상감자 통해 유씨 손아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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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기업 '온지구' 무상감자 통해 유씨 손아귀에

입력
2014.05.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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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부품 생산업체로 꾸준한 수익을 올려 온 ㈜온지구가 2010년 무상감자를 통해 지분을 재조정하면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소유로 탈바꿈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측은 쌍용차 부도와 금융위기가 겹치는 상황에서 경영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하지만, 업계에서는 위기 때마다 지분 구조를 바꿔가며 관계사를 늘려온 유 전 회장의 행적을 감안하면 ‘알짜’ 기업을 일가 소유로 만들기 위한 꼼수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7일 온지구의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0년 12월 기존 주식 대부분을 소각ㆍ무상감자 한 뒤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한다. 무상감자는 주로 손실이 커 자본금 규모를 줄일 때 선택하는 것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은 그만큼 줄어든다. 무상감자 이전까지 이 회사의 주주는 유병언 전 회장의 측근인사와 두 아들 외에 개인주주 152명이었다.

하지만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이 회사 최대 주주는 트라이곤코리아로 바뀌고 아이원아이홀딩스, 다판다 등 유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법인들이 새로운 주요주주로 등장한다. 유 전회장 두 아들의 지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앞서 2009년 말 1만주를 유상증자했던 온지구는 1년이 지난 2010년 12월 10일 무상감자로 17만주 가량을 줄였다가 다시 15일 만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렸다. 불과 1년 사이에 ‘유상증자→주식소각ㆍ무상감자→유상증자’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152명 개인 주주의 지분을 유 전 회장 일가의 소유로 변경하려는 변칙회계로 판단한다.

이런 의혹은 온지구가 알짜 기업이라는 점에서 타당성을 얻고 있다. 온지구의 전신은 모야플라스틱주식회사로 1997년 세모 부도 당시 자동차부품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출범한 회사로 추정된다. 세모의 자동차부품사업부는 1990년대 중반까지 연매출 400억원(2010년 504억원)을 올린 핵심 사업 중 하나였다. 세모 부도로 업체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 유 전 회장이 측근들과 구원파 신도들을 내세워 모야플라스틱을 만들어 알짜 기업을 빼돌렸다는 게 정설이다. 모야플라스틱 출범 당시 대표는 구원파 신도로 추정되는 미국국적의 남모(72)씨였으며, 유 전 회장의 측근인 고창환 현 세모 대표이사와 이복훈 전 세모 부사장이 이사로 참여했었다. 이후에도 이복훈씨는 온지구의 대표를 지냈으며,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감사로 등재돼 있다.

결국 유 전 회장은 세모 부도로 알짜 사업을 잃지 않기 위해 측근들을 통해 인수하게 한 뒤 무상감자 등을 통해 구원파 신도 등 개인들의 지분을 줄여 일가 소유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한 공인회계사는 “법정관리 졸업 후 2007년 말 ㈜세모가 다판다 등 유 전 회장 일가의 소유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4,000명에 가까운 기존 주주의 주식을 100% 무상소각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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