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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 곁이 돼준 자원봉사자들 "끝까지 함께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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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 곁이 돼준 자원봉사자들 "끝까지 함께 있을게요"

입력
2014.05.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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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입구 왼편에 세워진 밥차.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 자원봉사자인 50대 남성은 차 뒤편 수돗가에 쭈그리고 앉아 스테인리스 식판을 닦느라 바쁘다. “실종자 가족들이 얼마 안 남아 일도 점점 줄어드네요. 그래도 다 올라가실 때까지 있을 겁니다. 그러려고 내려왔는데.” 언제까지 봉사활동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가 고무호스로 식판을 헹구며 말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 22일째인 이날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의 자원봉사자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집계된 실종자 수는 35명. 사고 초기 1,000명이 넘는 실종자 가족들로 북적이던 체육관에도 이제는 사람보다 군데군데 덩그러니 놓은 이불과 베개 수가 더 많아졌다.

하루가 다르게 비어가는 체육관과 팽목항에서 여전히 수색 소식에만 귀를 세우는 실종자 가족들의 공허함과 초조함을 자원봉사자들도 모를 리 없다. 사고 초기 하루에만 1,0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자원봉사 등록을 한 것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지금도 하루 평균 200여명이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하고 구호품을 정리하며 화장실을 청소하는 이유다.

체육관 입구에서 밥차를 운영하는 김종섭 안산시자원봉사센터 주임은 사고 다음날부터 봉사자 30명과 현장을 지키고 있다. 급하게 처리할 업무가 있어 두 번 안산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곤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 3주간 가족들이 불편해 할까 봐 식사를 권하기는커녕 힘내시라는 소리 한 번 못 해봤다는 그는 지면으로나마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1인분을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가족들이 모두 떠나시는 날 안산으로 함께 돌아가겠습니다. 힘내서 버텨주십시오.”

실종자 가운데 아직 단원고 학생들이 많아 안산 시민들이 더 힘을 보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사흘 전 체육관을 찾았다는 주부 박미금(55ㆍ안산 상록구)씨는 최대한 오래 머물 생각이다. “체육관 구석구석을 청소하다가 만난 가족들에게 나도 안산에서 왔다고 하면 아무래도 더 안심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가족들을 두고 떠날 순 없죠.”

팽목항 빨래차에서 가족들의 수건과 옷가지를 세탁하는 박현민(31ㆍ경기 파주)씨는 “예전에는 가족휴게소 천막 여섯 개에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이젠 천막 하나로 옮긴다고 한다. 빨래 양도 확 줄었다”며 “마지막 한 사람의 빨래까지 책임지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딸에게 약국을 맡기고 지난달 17일 전남 완도에서 팽목항으로 달려온 약사 최기영(55)씨도 약을 받아가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는 실종자 가족들 곁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가족휴게소 맞은 편 대한약사회가 차린 24시간 무료 약국에서 봉사 중인 최씨는 “마지막까지 약국 조명을 끄지 않고 가족들에게 등대가 되고 싶다. 쫓아내지 않는 한 철수는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처님오신날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 30여명과 법요식을 함께 한 대한불교조계종 현해스님은 이날 오전 다시 체육관을 찾았다. 지친 가족들과 떡을 나누어 먹으며 이들을 위로했다. 스님을 포함해 조계종 소속 자원봉사자 30여명도 마지막 실종자가 발견될 때까지 가족들 곁에서 아픔을 함께 하기로 다짐했다. “다른 위로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요. 남은 분들이 외롭지 않도록, 불안해 하지 않도록 곁에 머물며 기도하는 수밖에요.” 실종자 가족에게 먹기 좋게 깎은 참외 한 그릇을 전하고 온 스님이 혼잣말 하듯 읊조렸다. 이날까지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자원봉사자 2만1,209명(연인원)이 거쳐갔다.

진도=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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