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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6년만에 '세 자릿수' 진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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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6년만에 '세 자릿수' 진입하나

입력
2014.05.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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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에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달 초 5년 가까이 지지됐던 원ㆍ달러 환율 1,050선이 붕괴되더니,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030원선마저 무너져 내렸다. 밖에서는 세계적인 달러 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안에서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는 등 안팎으로 환율 하락(원화 강세) 압력이 거세다. 환율이 6년여만에 세자릿수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하락한 1,022.5원에 거래를 마쳤다. 1,030원선이 붕괴된 것은 물론 1,020원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008년 8월11일(1,017.5원) 이후 5년9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환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연휴(5월2~6일)가 끝난 월초 수출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대거 시장에 쏟아냈기 때문.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달 수출 호조로 달러를 팔 시간이 없었던 수출업체들이 대거 물량을 쏟아내면서 환율 하락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날 하루만의 얘기는 아니다. 수출업체들의 달러 물량은 앞으로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는 3월까지 25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게다가 4월 수출액은 역대 두 번째로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월말이 되면서 규모는 줄겠지만 당분간은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환율 하락을 주도할 것”(이 연구원)이란 설명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 차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면 어려움도 있는데 그게 환율”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속적인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달러 약세도 상당기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초저금리 유지 지속 ▦유로화 강세 ▦우크라이나 사태 우려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엔화와 유로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띠고 있고 미국의 1분기 성장률도 저조해 하반기까지 달러가치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다 보니 정부의 개입 여지도 많지 않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수준이나 되는 상황에서 정부개입이 큰 힘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1,000원선을 하한으로 설정하고 단계적 개입에 나서긴 하겠지만 연내에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파른 환율 하락에 수출업체들의 채산성 악화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환율 면역력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자동차, 조선 등 환율 민감업종은 원화 강세의 영향을 비껴갈 수는 없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자동차, 조선, 전자 등을 중심으로 1% 가까이 하락하며 1,940선 밑(1,939.88)으로 떨어진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하는 결과다. 국내 생산분의 80% 가까이를 수출하는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는 경우 2,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한다. 전승지 연구원은 “환율이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고, 환헤지 조치 등을 감안하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진다면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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