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Car-sharing)’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카셰어링은 관광지 등에서 하루 단위로 빌리는 단기렌터카와 달리, 서울 시청 본관 지하4층 공영주차장, 서울 이태원2동 공용주차장 등 시내 및 주택가 인근 주차장에서 시간단위로 차량을 빌려 타는 서비스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카셰어링 업체인 그린카의 경우 지난해 서비스 이용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1월 9,000명을 조금 넘었지만 12월엔 1만8,000여명이 이용했다. 작년 총 이용자수는 16만6,600명으로 올해는 30만명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가 없는 젊은 사람들은 물론 자가용이 있어도 시내서 택시 대신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추세라면 몇 년 내 단기렌터카 시장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린카 회원 수는 사업 시작 2년 만이던 지난해 10월 10만명 고지에 올라섰고, 그로부터 6개월 만인 지난달 말에는 15만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카셰어링 인기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기 때문. 실제 경차 모닝은 시간당 4,000원, 준중형 아반떼는 6,000원 안팎이면 빌릴 수 있고, 수입차인 벤츠 A클래스도 1만2,000원이면 빌릴 수 있다. 여기에 이용거리(㎞)에 따라 170~190원 가량의 운행비를 곱한 금액을 차량반납 때 내면 된다. 단기렌터카와 달리 보험료, 연료비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특히 회원가입만 한번 하고 나면 지점을 찾아가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계약서를 쓰는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스마트폰으로 24시간 365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예약, 대여, 반납 등 모든 과정이 무인으로 이뤄져, 단기렌터카처럼 별도 전용 주차공간을 포함한 사무실이 필요 없다. 그린카의 경우 전국 27개 도시 700개 주차장에 1,300여대를 비치해 놓고 있는데 서울 주차장만 400개에 달한다. 그린카 외에도 LG CNS 계열의 쏘카(회원수 10만, 차량 600여대), 코레일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유카(2만명, 200여대), 씨티카(2만명, 150여대) 등의 주차장 300여개까지 더하면 서울엔 단돈 몇 천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셰어링카가 도처에 깔려있는 셈이다.
다만 빌린 곳에 다시 반납하는 게 원칙이며, A지점에서 빌린 뒤 B지점에서 반납할 수 있는 ‘편도서비스’는 주차 공간 확보가 어려워 제한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시장이 급성장하자 기존 대기업 렌터카 업체들도 카셰어링 사업에 뛰어 들고 있다. kt금호렌터카의 모기업인 kt렌탈은 지난해 그린카의 지분 49%를 인수해 이 분야 확장에 대비하고 있는데 현재 1,300대 수준인 차량 규모를 연말까지 3,000대로 확대하는 한편 이와 별도로 카셰어링 자회사 ‘kt금호렌터카 카셰어링’을 2012년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2위의 AJ렌터카, 대기업 계열의 LG CNS도 지난해 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
카셰어링 시장이 앞으로도 급성장 할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내비건트 리서치’는 지난해 230만명 수준이던 글로벌 시장의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자 수는 2020년 1,2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린카 관계자는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합리적 소비문화 확산으로 카셰어링 시장이 팽창하면서 국내 렌터카 시장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는 군소 업체들도 시간당 요금을 지불하는, 사실상의 카셰어링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며 “이들이 단기렌터카 수요는 물론 택시 수요까지도 상당 부분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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