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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없이는 안전하게 살 수 없어… 세월호 참사 절대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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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없이는 안전하게 살 수 없어… 세월호 참사 절대 잊지 말아야"

입력
2014.05.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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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구호는 그동안‘잘 살아 보세’였는데, 앞으론 ‘안전하게 살아 보자’로 바꿔야 합니다.” 연세대 총장을 지낸 뒤 19년째 안전생활 운동을 벌이고 있는 송자(77)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공동대표는 5일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속성장 과정에서 질주해 온 우리 사회의 대수술 필요성을 거론했다. 송 대표는 세월호 침몰과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 문제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빨리빨리 문화와 비용을 싸게싸게 하려는 문화가 확산되다 보니 생명 경시 현상이 확산됐다”면서 “교통사고에 따른 연간 사회적 비용이 23조원을 넘는데 안전 투자가 오히려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실련이 더 잘했다면 세월호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미안하고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안전교육을 반복적으로 시키고, 안전 규정을 어긴 어른들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사고 공화국’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월호의 화물 과적에 대해 “과적하면 몇 배 배상하도록 하고 처벌하는 관행이 정착됐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업자 등의 유착 구조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정교하게 제도를 만들고 이를 어길 경우 분명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김광덕 선임기자

_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해 왔는데 안실련은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는가.

“성수대교 붕괴(1994년)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를 잇달아 겪은 뒤 만들어졌다. 더 이상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한국안전학회와 한국산업안전공단(현 안전보건공단) 소속 전문가 등 각계 인사가 1996년에 모여 발족했다.”

-안실련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가.

“교통 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 교육ㆍ캠페인, 정책 제언에 주력하면서 산업 안전 등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마침 학교에서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했던 분들을 회원으로 참여시켰다. 현재는 안실련 회원이 전국적으로 2만 명에 이른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처음 캠페인을 시작할 때 1만 명을 넘었는데, 지금은 5,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_송 대표는 어떤 계기로 안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

“교회를 다니고 교육자로 생활하면서 생명과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교통안전 문화가 정착되면 다른 분야 일도 모두 잘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범죄율을 줄이기 위해 기본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벌였다. 교통질서 지키기, 낙서 지우기 등의 캠페인을 했더니 강력범이 줄었다고 한다. ”

_세월호 침몰 참사로 온 국민이 충격을 겪고 분노하고 있다.

“우리 모두 안전 불감증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외국에서 크루즈 여객선을 이용할 때는 타자마자 구명정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활용 방법에 대해 교육 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승선자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안전 교육도 하지 않는다. 선장 등 선박 운행을 책임진 사람들의 안전 의식까지 완전히 제로이다.”

_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노후 여객선 수입과 여객실 증축, 화물 과적과 평형수 부족 등이 거론된다. 돈만 중시하고 안전을 경시하는 잘못된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통해 잘못된 일을 하면 무서운 대가가 따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화물을 과적하면 몇 배 배상하도록 법을 만들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평소 해운사의 잘못에 대해 그런 처벌을 했다면 이번에 사고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음주운전 과속운전도 절대 봐 주지 않고 처벌한다는 인식이 심어져야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다.”

_해운사를 처벌하려면 감독기관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해양수산부 관료 선주협회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 해운사 등이 유착돼 있어서 감시기능이 작동되지 않은 것 같다.

“감독기관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감독기관이 해운사로부터 독립돼 일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이를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 입법 행정 사법 분야 간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의 원리가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작동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이해관계를 가진 관료들이 감시기능을 맡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사회에서는 학연 혈연 지연 등 갖가지 연고와 이해관계가 업무에 개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연고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_해양수산 분야의 ‘해피아’ 재경 분야의 ‘모피아’ 등 ‘관피아’가 문제 되고 있어서 이를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에서 물러난 2년 후, 3년 후까지는 관련 기관과 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 등을 잘 연구해서 정교하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 활용을 완전히 금지할 수는 없으므로 어느 선에서 관료 출신 취업을 제약해야 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또 이런 제약을 어길 경우에는 벌칙이 가해진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_2009년 이명박 정부가 여객선 수명을 최대 25년에서 최대 30년으로 연장해 노후 여객선을 싸게 수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사고를 낳은 배경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하고 배를 가장 많이 만드는 우리나라가 그렇게 낡은 배를 들여올 필요가 있는가. 다른 나라의 배를 만들어 주는 우리 기업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 여객선을 만들지 않고, 해운사들이 외국의 헌 여객선을 들여오는 것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_세월호 참사와 관련 초동 대처, 구조, 사후수습 등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우리가 민방위 훈련을 그렇게 많이 했지만 하는 척만 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민방위 훈련도 안보ㆍ재난 훈련인데 우리는 매뉴얼대로 실천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군인 경찰들도 합동훈련을 반복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훈련해서 매뉴얼을 체질화해야 한다.”

_세월호 참사 대처 과정에서 총리 장관 공무원 등 관료들이 무기력 무능력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많다.

“공무원들의 준비가 덜 돼 있었다. 평소 안전 문제를 경시한 데다 안 해본 것을 하려니 제대로 되겠는가. 공무원들은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어떤 재난이 다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지진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느냐.”

_영리와 돈만 생각하다 보니 비용이 싼 것만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됐다는 문제 의식도 있는데.

“우리 모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투자하지 않고 안전하게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령 노후 원자력발전소가 한 번 잘못되면 몇 배 더 투자해야 한다. 안전 관련 투자를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

_우리사회가 1960년대 이후 압축성장 과정에서 효율, 성장에 집착하다 보니 안전에 대한투자를 너무 등한시한 것 아닌가.

“안실련은 창립할 때 성장 과정에서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현상이 생긴 데 대해 반성하면서 안전을 생활화하는 데 기여하자고 했다. 우선 어린이 안전교육을 매일 시켜야 한다. 우리사회가 고속성장 과정에서 경제 성장이란 좋은 결과도 얻었으나 빨리빨리 문화에 빠져서 순서를 지키지 않고 해야 할 것을 건너뛰기도 했다. 앞으로는 조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가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안전과 환경 문제에서는 규제할 것은 규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안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_안전 투자를 많이 하면 정부와 기업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데.

“개개인으로 보면 안전 투자를 하면 당장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넓게, 길게 보면 안전 투자가 오히려 비용을 줄인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도로) 교통사고와 산업재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각각 23조원, 19조원이 넘는다. 안전 문제로 발생하는 비용이 매년 최소 42조원을 넘는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바늘 구멍을 막지 못해 둑이 터지는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 안전 투자가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번 참사로 코리아 브랜드 가치가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 문턱까지 왔다고 하지만 안전 문제에서는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진국이 되려면 재난과 안전 사고에 대비하는 체계와 안전 문화를 갖춰야 하는데, 우리는 이 문제에서 너무 취약하다. 2009년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 엔진 고장을 일으킨 비행기가 불시착했을 때 기장이 승객들을 먼저 구조시킨 뒤 맨나중에 나왔다. 세월호 참사에서 선원들이 먼저 배를 빠져 나온 것은 너무 창피한 일이다. 아직도 우리가 선진국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

-안전 사고가 재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일단 가장 걱정되는 분야는 원자력발전소이다. 한 번 사고가 나면 수습이 쉽지 않은 분야이므로 평소 잘 관리하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학교와 공단의 노후 시설 관리도 잘 해야 한다.”

_우리 사회와 국가의 시스템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국가 개조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을 중시하겠다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명했는데, 실질적으로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

_우리는 대형 참사가 터졌을 때 수많은 문제 제기를 하지만 근본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쉽게 잊어 버리는 경험을 반복해 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을 ‘사고 공화국’(Republic of Accident)라고 쓴 적이 있다. 사고 직후에 난리가 났다가 쉽게 잊어버리면 사고 재발 가능성이 높아진다. 직장, 마을, 아파트단지 등의 바닥부터 안전을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매달 4일이 ‘안전점검의 날’인데, 이날이라도 가까운 곳의 안전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국민들도 구경꾼이 되지 말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아 안전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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