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두면 내 아이가 머지않은 미래에 세월호 참사 같은 안전사고를 당할까 두려워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어린이날인 5일 젊은 엄마, 아빠 200여명이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서울 홍익대 앞 거리에서 침묵행진을 벌였다. 노란 종이에 손으로 쓴 ‘우리 아가랑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어요’ 글귀가 행진의 의미를 말해줬다. 대열에서 호연(20개월)이 엄마 전주영(29ㆍ주부)씨를 만났다. 전씨는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 시위를 제안한 주인공이다.
전씨는 가족여행에서 돌아온 지난달 16일, TV에서 침몰하는 세월호를 봤다. 조카 같은 단원고 학생들이 어른들이 만든 ‘안전불감증’ 세상에서 죽어갔다는 생각에 잠든 아들을 보며 며칠간 눈물을 쏟았다. “(침몰 당시 아이들이 찍은) 동영상 속에서 그토록 천진난만했던 아이들이 학생증을 손에 쥐고 시신으로 떠오른 것을 보며 너무나 슬프고 두려웠죠.”
그는 지난달 24일 인터넷 육아 카페 등에 ‘시위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줄 이은 엄마들의 댓글에 용기를 낸 전씨는 유모차가 다니기 안전한 강남역 10번 출구 앞을 시위 장소로 결정했다. “비오는 날 아기를 업고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는데 경찰들도 ‘이곳에서 아기 엄마들이 시위하는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전씨가 ‘집회 시위 신고증’ 사진을 카페에 올리자 아이 보는 것만으로도 바쁘던 엄마들이 여기저기서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춘천에서 달려온 엄마도 있었다. ‘질책이 아닌 대책을 원합니다’ ‘가만히 있지 맙시다’ 등 100여명의 엄마들이 든 노란 푯말이 강남역 10번 출구 일대에서 물결쳤다. 그렇게 지난달 30일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 1차 시위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시위 후 반응은 뜨거웠다. 각 지역 엄마들이 ‘아이의 안전을 위해 우리도 하자’는 움직임을 보였다. 홍익대 인근에서 열린 2차 시위에는 참석했지만 다른 지역 시위까지 다 참석할 수는 없는 일. 전씨는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 카페를 포탈사이트에 열었다. ‘아기까지 시위에 데리고 나와야겠느냐’는 비난도 있지만 유모차 시위를 중단할 생각은 없다. “호연이가 커서 엄마는 세월호 참사 때 뭘 했어”라고 물으면 당당하게 대답하고 싶어요. 내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탰다고요.”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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