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시위대 간 잇단 무력충돌로 우크라이나가 준 전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슬라뱐스크 시내에서 정부군과 친러 무장시위대간 교전이 벌어져 정부군 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헬기와 장갑차 등을 동원한 정부군에 맞서 친러 시위대 800여명은 대구경 화기와 박격포 등을 동원해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 헬기(Mi-24) 1대가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친러 시위대 약 3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러 시위대 관계자는 CNN에 “시위대 측은 3명이 숨졌고 민간인 중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정부군이 무차별로 공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동부 도네츠크공항은 6일 정부의 지시로 폐쇄됐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현재 슬라뱐스크에서 친러 시위대를 몰아내고 근거지 대부분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일에도 남부 도시인 오데사에서 친정부 시위대와 친러 시위대가 충돌해 46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다치는 대규모 유혈참사가 빚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2일 오데사 유혈참사 이후 주춤했던 진압 작전을 이날 슬라뱐스크에서 재개한 것은 대화보다는 무력진압에 방점을 뒀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1일 동부지역에서 러시아로의 편입을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어, 우크라이나 정부로서는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조속히 사태를 마무리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러시아가 무력시위 차원에서 미국 서부 해안에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정찰기 등을 자주 출격시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허버트 칼라일 미국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5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발표에서 "러시아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례프(Tu)-95이 서태평양의 미국 자치령 괌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해안까지 비행해, 미국 F-15 전투기들이 맞서기 위해 비상 출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인근 회원국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자 러시아가 대응해 무력을 과시하는 조치로 분석했다.
국제사회는 외교적 해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강경책이 지속되면 이번 사태가 예측할 수 없는 참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4일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의 전화통화에서 “전쟁이 임박했다”고 우려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끝내기 위한) 또 한 번의 제네바 회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제네바 후속 회담 개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내 친 러시아 세력을 회담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과 극단주의자 지원을 중단한다면 회담에 응하겠다"고 답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자신이) 중재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