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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정권 규탄' 목소리… 다시 촛불 드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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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정권 규탄' 목소리… 다시 촛불 드는 시민들

입력
2014.05.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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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에 대한 시민사회의 추모 분위기가 정권 규탄 목소리로 확대되고 있다. 대형 참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는 것은 정부의 미흡한 사고 대처와 책임 회피로 시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6일 ‘세월호 참사 시민촛불 원탁회의’(원탁회의)에 따르면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에 참가한 시민은 지난달 20일 이후 전국 각지에서 20만명에 달한다. 원탁회의 임지훈 활동가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추모 행사는 2,000여명이 참석했는데, 일주일 뒤인 이달 3일에는 5,000여명이 왔다”며 “추모 행사가 전국 150여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인원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추모 행사의 구호는 ‘아이들아 돌아와라’와 같이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바라는 구호가 많았지만, 지난 주말부터는‘박근혜가 책임져라’ ‘아이들을 살려내라’같은 정권 규탄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집회와 촛불행진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동북부지회도 7일부터 이틀간 창동역, 대학로, 광화문 등지를 돌며 학부모ㆍ시민 촛불행진을 할 예정이다. 종교계와 재외 교민들도 가세하고 있다. 5대 종단(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천도교) 평신도 시국공동행동은 10일 ‘탐욕스런 자본과 무능한 정권에 희생된 세월호 희생자와 모든 이웃을 위한 연합 시국기도회’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연다. 3일 독일 베를린에서 희생자 추모 행사가 열린 데 이어 미국 교민들도 오는 10일부터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7곳에서 정부 규탄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희생자 애도가 정권 규탄으로 번지는 것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나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등 다른 대형 참사 때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실한 사고 대처와 책임 회피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후 대처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쌓였다.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처럼 국정을 책임지는 청와대가 국민의 슬픔을 외면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간 잠수부를 배제하거나 특정 업체에 구조를 주도하게 한 점이 국민을 공분하게 했다.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와 부정확한 언론 보도도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구태의연한 정치적 편가르기로 회피하려 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를 정치적 쟁점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실종자 가족이나 시민사회의 항의를 귀담아 듣지 않고 ‘정치적인 것’이라고 낙인 찍거나 무시한다면 오만이나 독선으로 비칠 수 있어 오히려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행사가 잇따르며 집회ㆍ시위를 관리하는 경찰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연휴기간 경찰청 및 지방경찰청은 물론 일선 경찰서 간부들도 매일 출근해 오전 회의를 열고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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