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거스 매디슨(Angus Maddison)이라는 영국 경제학자는 지난 2,000년 동안의 세계 각 지역 생산력과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역사상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장 오랫동안 유지했던 단일 경제권은 인도였다. 서기 1년에서 1,000년까지 인도의 국내총생산(GDP)는 1990년 가치로 연평균 337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중국(268억2,000만 달러)보다 큰 건 물론이고 동?서유럽 전체(111억 달러)도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였다.
▦ 인도의 GDP가 천년 넘게 세계 최대였던 이유는 단순하다. 산업혁명 전의 세계 각지의 1인당 생산력은 450달러(1990년 가치 기준) 내외로 별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당연히 GDP 규모가 컸다. 서기 1년부터 1,000년까지 인도의 평균 인구는 7,500만 명에 달했다. 반면 중국은 5,900만 명 정도였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지역 12개국은 다 합해도 2,000만 명이 채 안됐다. 그러니 인도의 GDP가 세계 최대였던 것이다.
▦ 흥미로운 건 인도와 중국의 역전이다. 지역별 생산력에 차이가 벌어지고, 각국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했던 11세기 전후를 기점으로 중국의 인구가 급증했다. 급기야 송나라 시기의 쌀농사 및 상공업의 비약으로 중국 인구는 1600년 경에 1억6,000만 명을 기록해 1억3,500만 명에 머문 인도를 제치고 세계 최다 인구의 나라로 부상했다. 그 때부턴 중국 GDP가 19세기 말까지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이어왔다.
▦ 하지만 국력과 번영을 가늠하는 데는 GDP 총액보다 국민 1인당 GDP가 훨씬 적절하다. 1인당 GDP엔 나라별 생산성과 효율의 우열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아편전쟁 당시만 해도 청나라는 GDP 총액으로는 영국의 7배에 달하는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었지만, 1인당 GDP는 영국의 4분의 1인 600 달러에 불과한 전근대 국가였다. 그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중국이 최근 자국의 국가 구매력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는 세계은행의 발표를 극구 꺼려했다는 소식이다. 실속 없는 찬사는 사양하겠다는 속내일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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