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혁 대상으로 지정한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 중 절반은 퇴직 관료 출신 임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가 공공기관 정보공개 체계 ‘알리오’(alio.go.kr)를 통해 38개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을 조사한 결과, 퇴직 관료가 기관장을 맡고 있는 기관이 18곳(47.4%)에 달했다. 이들은 대부분 공직생활 동안 영향력을 미치던 기관에 퇴직 후 기관장으로 자리를 바꾼 전형적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들이다.
관피아들은 관련 전문성을 발휘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인맥을 이용해 해당 기관의 이권을 보호하는 역할도 맡아 공공기관 방만경영 등 여러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가 한국해운조합 대표를 독차지하면서 조합원인 선주들의 이권을 보호하느라 정작 여객선 안전관리는 소홀해왔다는 정황이 세월호 사고 이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관피아 관행은 전 부처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옛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퇴직 관료인 ‘모피아’는 한국거래소 등 금융기관 5곳, 산업통상자원부 퇴직 관료는 한국전력 등 5곳 기관장을 맡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2곳, 해수·농림축산식품·문화체육관광부는 저마다 산하기관을 1곳씩 챙겼다. 한국가스기술공사(강원도 행정부지사), 지역난방공사(육군·제18대 국회의원)는 전혀 다른 분야 출신 낙하산이 자리잡았다.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채 공공기관을 옮겨 다니는 관피아도 있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최평락 한국중부발전 사장(전 전자부품연구원장) 등이다. 고정식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특허청장에서 퇴임한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있다가 다시 공공기관으로 들어왔다.
이사와 상임감사는 관피아 천국이다. 전체 상임감사 36명 중 19명(52.8%), 상임이사 121명 중 22명(18.2%)이 관피아였다. 비상임이사 238명 중 관피아는 74명(31.1%)이었다. 관피아 출신 기관장 및 임원 133명 중 기재부 출신(21명)이 가장 많았고 산업부(20명), 국토교통·해양수산부(19명), 감사원(11명) 출신이 뒤를 이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기관장은 전문성 위주로 선발하고 이사진은 이용자 대표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정부 뜻에 맞는 관료가 기관장이 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순 없겠지만, 프랑스처럼 정부 이용자 노동자가 같은 비율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를 갖춰야 관피아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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