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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동정책 전략 부족이 결국 노사정 신뢰 깨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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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동정책 전략 부족이 결국 노사정 신뢰 깨뜨려"

입력
2014.05.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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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철도노조 파업을 계기로 노사정 관계는 동면(冬眠)에 들어갔다. 노조는 정부의 수서철도 분리 정책을 '철도 민영화' 수순이라며 파업에 돌입했고 정부는 불법으로 규정한 뒤 민주노총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노정관계가 틀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발을 뺐고 대통령 직속의 노사정위는 5개월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사회의 갈등 구조에서 노동문제를 빼놓을 수 없지만 이번 정부 들어 노정갈등이 유독 부각되고 있다. 한국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지상대토론회에서 머리를 맞댄 김대환 노사정위 위원장과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토론회 내내 노사관계에 앞서 노정관계의 정상화를 주문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사관계 최고 참모격인 김 위원장과 노동운동의 대부인 이 전 위원장 모두 노정관계 경색을 우선적으로 해소하지 않고는 노사갈등의 실천적 해법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듯 했다. 사실상 정부와 노동계를 대표하는 두 전문가는 노사갈등 원인으로 노사정 3자 간의 신뢰 상실을 고옹적으로 지적했다. 물론 김 위원장과 한 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 전략부족을 지적하자 이 전 위원장은 "노사정 위원장이 정부의 노동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게 놀랍다"고 반응할 정도였다. 하지만 두 노동문제 전문가는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해법 등 각론에서는 다소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토론회는 지난달 16일 한국일보사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슈(사회학과)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세월호 참사로 게재가 늦어졌다.

노사갈등의 원인은 어디에 있나

김호기(사회자)= 노사갈등은 사회갈등의 핵심을 이룬다. 지난 철도노조 파업에서 볼 수 있듯이 노사갈등의 원인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분석은 사뭇 다르다. 보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를 주로 지목하는데 반해, 진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정부와 자본 측의 비타협적 일방주의를 주로 지적한다. 노사갈등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수호= 사실 노사 갈등이라고 얘기 하기엔 좀 일방적이다. 비유하면 마치 고르지 않은, 한쪽이 높은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과 같다. 노동자들은 항상 경사의 밑에서 불리한 위치에서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또는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든지 원칙을 지키기 위한 외침이다. 우리 나라의 노동정책 특히 노사관계를 볼 때, 이것이 노사의 갈등으로 보여지는 이유다.

김대환= 진보와 보수는 전부 코끼리 더듬는 장님 같은 느낌이 든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부분만 보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 그만큼 노사관계가 상생이나 협력 보다 대립갈등 속에 있다. 실제 우리 현실은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도 있고 정부의 일방성도 있다. 또 대기업 부분에 있어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도 있다. 중소기업 쪽에서는 노동의 지난친 불안정성도 존재한다. 결국 상호 신뢰가 없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이해관계가 순조롭게 조정 될 것이라는 믿음보다 지금 당장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대립하게 되는 갈등이 생긴다.

이수호= 노사 갈등은 파업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파업이 불법이다. 헌법에서 노동삼권을 보장하고 있고 쟁의행위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에도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라든지 폭력 프레임을 씌어 여러 다른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게다가 파업의 이유가 노사관계에 의한 것이 분명함에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개입해서 경찰력을 투입한다. 정부는 경제의 역기능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 파업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되고 일방적으로 대응한다.

김대환= 모든 파업이 불법은 아니다.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파업은 인정받고 있다. 철도노조의 경우는 현재 우리 법과 판례에 따라 파업의 주된 목적이 교섭에 대상이 아닌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렇게 판단을 했던 것이다. 87년을 계기로 소위 합법ㆍ불법을 구분하지 않는, 파업을 통해 힘을 과시하고 그걸 중심으로 교섭을 해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려는 노조행태에도 문제가 있었다. 철도파업 사태에서도 노동계가 교섭의 대상이 아닌 문제인 만큼 (파업이 아닌)다른 경로를 통해서 슬기롭게 접근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운 점이 있다.

이수호= 파업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이건 정말 아니다’고 생각한다.

김대환= 불법파업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선 다툼 소지가 있고, 개인적으로도 기계적으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건 반대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

사회자= 집권 1년이 지났으니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해볼 수 있는 시점이 됐다. 지난 1년 동안 정년 60세 법안과 노사정 일자리 협약도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하면 ‘고용률 70% 달성’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김대환= 노동시장 정책으로 ‘늘지오(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더 ‘올(오)’린다)’공약이 있는데 방향은 옳다. 그런데 수치에 연연하게 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대통령께도 몇 차례 말씀 드렸다. 고용률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쪽에 역점을 둬야지 고용률 수치에만 집착하면 질 나쁜 일자리만 늘린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될 위험성도 다분하다.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도 역시 있다. 전공노와 전교조 문제, 철도파업 당시 경찰력을 투입해 민노총 건물에 진입한 것 등이 노정관계를 상당히 냉각시키고 있다고 본다. 노사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접근하는 게 좋겠다.

이수호= 노사정 위원장께서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게 놀랍다. 그 정도로 이번 정부 1년 노동정책이라는 게 평가할 것조차 없다. 정부는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다 없애려고 하고 노동조합을 걸림돌로 생각한다. 노사정 위원장께서 이럴 때 정말 역할이 필요하다.

김대환= 이미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어쨌든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늘지오’에 부합하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사회자= 현 정부 들어 노사관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김대환= 전공노의 경우 설립신고 할 때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포함되지 않아서 설립신고가 허가됐다. 이후 전교조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위원 중 특별법상 자격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민원으로 제기됐고 시정을 안 하니까 ‘노조 아님’ 통보를 한 상황이다.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정부와 공공부문 사이에 신뢰와 신의가 지켜져야 된다고 본다. 초기에 특별법으로 하기로 합의했으면 노조 측에서 특별법 요건은 지켜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수호= 다시 설립 신고를 할 때 고용부 실무진들과 다 합의가 돼 큰 문제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소위 청와대 갔다가 다시 오는 사이에, 다시 없던 일로 됐다.

김대환= 공공부문 개혁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 프레임으로 보기 때문에 자꾸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비정상화의 정상화 프레임이 아니라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원래의 입법 프레임으로 접근하자고 항상 주장하고 있다. 서로 대화테이블에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가 대화와 상생을 내걸었으니까 거기에 걸 맞는 자세로 대화의 물고를 트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금체계,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해법은

사회자=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논란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이수호= 임금체계에 대한 노사합의와 피크타임제 도입은 결국 좋은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바꾸면서 고용률을 높여가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김대환= 이것이야 말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노동시장 전체를 보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사용자, 노동계 모두 현재의 근로조건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의 일자리 및 노동시장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

사회자= 고용률 70%정책을 두고 질 낮은 일자리 양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

김대환= 일자리 나누기는 단기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서 ‘늘지오’쪽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간 선택제는 노동의 수요공급 원칙에 맞게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수호= 고용률 높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정부가 단기적이고 성과위주로 설계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사회자=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이수호= OECD 가입국 중 상하위 5%간의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런데 엄청난 임금격차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비정규직을 없애자는 건 모순되는 말이다. 재벌 위주로 돼 있는 정책 등 사회를 양극화하는 정책을 지양하고 평등한 사회로 만들어 가려는 근본적인 노력부터 해야 한다.

김대환=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중구조의 해소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기업이 힘 세고 경직적인 노조를 의식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풍토도 생겨났다. 비정규직 전환에서는 임금 인상과 기업 비용 사이의 생산성 향상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임금인상 부담에 따른 생산성 향상 문제를 노사 간 공동 노력으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스스로 조직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수호= 생산성 문제는 동의하지만 그래도 불균형이 심각해 기업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부담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 산별노조가 필요한데 정부가 끝까지 허용을 안하고 있다.

사회자= 대기업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너무 소극적이지 않는가. ‘노노갈등’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김대환= 비정규직이 산별노조로 가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책임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노동계 내부의 갈등이다.

이수호= 노동자 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통렬하게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현대자동차노조를 두고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만든다’는 얘기가 있듯이 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와 비정규를 가르는 등식을 인정하는 노동조합은 노조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동일 노동-동일 임금의 대원칙이 적용 돼야 한다.

김대환= 특히 상시 근로에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행태, 대기업은 자제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사회자= 청년세대의 좌절이 크다. 청년실업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김대환= 고백하자면 청년 실업문제의 만족스러운 해답은 현재로선 없다. 기본적으로 우리 교육제도에 대한 개혁이 없으면 청년 실업문제 해결은 힘들다. 우리 교육제도는 워낙 단선적이다. 직업세계로 나갈 수도 있고, 대학으로 진학할 수도 있는 멀티레일을 깔아줘야 한다. 반드시 대학을 안 나와도 직업 세계 진출해 스스로를 돌보며 살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수호= 박근혜 정부의 청년실업해소방안이 너무 단기적인 안목이라 실망이 크다. 대기업의 고용정책 개혁해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지 보여줘야 하는데 그 내용은 하나도 없고 고등학교 졸업생을 어떻게 취업을 시키겠다는 식의 내용뿐이다. 스위스식 도제 교육 도입하겠다는데 이건 마치 전 정권 때 독일 라인강 운하를 보고 와서 ‘우리나라 저거 만들면 좋겠다’며 4대강 운하를 만들자고 한 것과 비슷한 발상이다.

김대환= 교육제도를 다선화하는 게 필요한데 스위스처럼 직업능력개발시스템과 교육시스템을 한꺼번에 움직여야 한다. 일부분만 가져와서 접목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 인턴에게 업무를 맡길 수 있는 인턴제 직무설계도 필요하고 어학능력을 갖춘 청년들에게 해외 취업기회를 넓히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수호= 우리나라 기업들은 고용이나 노동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도 노동에 관한 것들을 정규 교과에서 가르치지만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노동에 대해서는 일절 가르치지 않는다.

노사갈등의 실천적 해법은 없는가

사회자= 노사갈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 많은 이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한다. 사회적 대타협을 어떻게 이룰 수 있나.

이수호=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구축을 위해선 갑의 재량과 갑의 태도가 중요하다. 정부나 사용자가 더 열리고 폭넓은 사고를 가져야 한다. 그런 전제하에 우리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노동계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갖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동계도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만큼 축적한 만큼 소통 부족으로 갈등이 야기되는 것을 중단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대환= 정부와 노조와의 관계는 갑을 관계여서는 안 된다. 정부의 노력은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노동계도 이제는 조직 이기주의라는 그런 비판을 스스로 벗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또 문제를 자꾸 정치권으로 가져가는 것, 정치로 비화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사회자= 국회 노사정 소위의 근로시간 단축문제, 통상인금 문제, 손배가압류 문제 논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수호= 노사 문제를 정치권에 의존하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느냐고 되묻고 싶다. 대통령 소속 독립기구인 노사정위가 제 역할을 해왔더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다.

김대환= 노사정위나 국회 노사정 소위 논의는 동일한 주체에다 동일한 주제가 대상이다. 차이는 노동계가 노사정위가 아닌 국회를 선택했다는 것뿐이다. 노동계는 노사정위보다 국회 쪽으로 가면 거기에 우군이 좀 더 있을 것으로 판단도 했겠지만 국회 운용구조라는 게 아주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이왕 이렇게 된 만큼 (국회와 노사정위를)왔다갔다 하면서 소통의 폭이 넓어지면 좋겠다.

사회자= 노사갈등 문제를 다루는 언론은 문제없나.

김대환= 스스로 택한 건 아니겠지만 노동문제에 대해 언론이 진영으로 구분돼 있다고 본다. 각 언론사는 이런 것이 진영의 프레임 속에 갇히는 걸 조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자체를 정확히 보도하는 태도다. 예단이나 자기 판단으로 기사를 쓰지 말고 사실에 충실한 보도를 하면 연론 스스로가 진영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고 노사관계와 노동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해주는 긍정적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이수호=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이 너무 잘못돼 있고 특히 노동 배제정책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 언론도 이 점을 분명하게 그대로 썼으면 좋겠다. 특히 노사관계나 이런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실 보도를 중심으로 하되 약자와 사회 정의와 또는 진실 이쪽을 좀 강조해줬으면 좋겠다.

정리=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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