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는 낯선 공간에서 영감을 얻는다. 서울을 찾은 유럽 연주자들의 무대는 단골 레퍼토리를 연주해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하물며 수백 년 전 클래식 음악을 개척한 작곡가들의 음악세계는 어떨까.
체코 보헤미아 출신의 드보르작은 뉴욕 국립음악원 원장으로 초빙돼 1892년부터 3년 간 미국에 머물렀다. 미국이 기회의 땅, 곧 신세계로 불리던 그 시절 그가 쓴 곡이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다. 13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등지에서 열리는 제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는 이 곡을 비롯해 드보르작의 작품을 연주하는 개막 공연 ‘드보르작 인 뉴월드’로 막을 올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신세계, 어제와 오늘’이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예술감독 강동석(바이올린)을 비롯한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인도하는 실내악 여행이다. 올해는 강동석 음악감독과 함께 피아노의 신수정ㆍ최희연ㆍ조재혁, 바이올린의 양고운ㆍ백주영ㆍ이경선, 비올라의 최은식ㆍ김상진ㆍ홍웨이황, 첼로의 조영창ㆍ양성원, 클라리넷의 로망 귀요·채재일, 실내악단 노부스콰르텟ㆍ뷔에르앙상블ㆍ트리오제이드 등이 참여한다.
가장 주목할 무대는 요셉 칼리히슈타인(피아노), 하이메 라레도(바이올린), 샤론 로빈슨(첼로)으로 구성된 칼리히슈타인-라레도-로빈슨 트리오(KLR트리오)의 16일 내한 공연이다. 1977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연주로 데뷔한 후 인기와 명성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KLR트리오는 2010년 이후 4년 만에 SSF 무대에 선다. 하이든의 피아노 3중주 25번 E단조, 대니얼 푸어의 피아노 3중주 ‘어린아이의 성물함’,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1번을 연주한다.
베토벤, 브람스, 블리스 등 B로 시작되는 작곡가들의 음악을 연주하는 ‘행복을 주는 B’(14일), 관악기가 주역으로 나서는 ‘스프링 윈드’, 젊은 연주자들을 집중 조명하는 ‘영 앤드 로맨틱’ 등 매일 각기 다른 소제목의 음악회가 열린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장 베르나르 포미에, 대만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초량 린, 독주자로 활발히 활동 중인 플루티스트 최나경 등이 출연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음악회(17일)도 눈에 띄는 일정이다. (02)712-4879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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