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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라 만들라는 민심 제대로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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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라 만들라는 민심 제대로 읽어야

입력
2014.05.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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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 가족들이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 합동분향소 앞에서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당국의 늑장 구조를 규탄하고 있다. ‘맑았던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아이들의 절규를 정부는 들어 보라’는 팻말에는 억장이 무너지는 유족들의 심정이 절절하다. 이들은 이번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과 청문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청소년과 아기 엄마들도 거리 시위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역에 유모차를 끌고 나왔던 젊은 엄마들은 어린이날인 그제 서울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침묵행진을 했다. 이들은 “엄마들이 침묵하면 아이들에게 이런 사회를 물려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3일에는 청소년 수백 명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중고생과 주부까지 시위에 나선 것은 민심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매일 정부를 비판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나흘 간의 연휴에도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15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내용이다. 거창한 요구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그만큼 국민 불신을 키웠다. 컨트롤타워 없이 우왕좌왕한 재난 수습과정, 해경 등의 안이한 구조작업, 허술한 여객선 관리감독 체계 등 안심하고 믿을 것이라고는 없었다.

참사 발생 후 두 번째로 4일 팽목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유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면담을 거부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유족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어제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다짐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더욱 커다란 민심의 동요가 뒤따를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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