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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럼없이 엄마라고 불러 준 살가운 아들 2년간 너의 엄마로 살면서 행복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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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럼없이 엄마라고 불러 준 살가운 아들 2년간 너의 엄마로 살면서 행복했는데…"

입력
2014.05.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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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정에 굶주린 우리 아들한테 정말 좋은 엄마가 돼주고 싶었는데….”

세월호 침몰 참사로 아들 성호(17ㆍ가명)군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 김모(49)씨. 그는 사고 일주일 만에 바다 속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아들의 장례를 지난달 25일 치렀다.

부모에게 각별하지 않은 자식은 없지만 김씨에게 성호는 유달리 애달픈 아들이었다. 2년 전 성호 아버지(43)와 재혼한 김씨는 “아이들이 함께 산 지 한 달도 안 돼 ‘엄마’라고 불러 내심 놀랐다”며 성호와 여동생(15)의 기억을 떠올렸다. 특히 성호에 대해서는 “아들인데도 스스럼 없이 볼에 뽀뽀도 해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엄마 정이 고팠던 것”이라고 했다.

방 두 개짜리 좁은 집에서 부모와 여동생에게 방을 양보하고 자신은 좁은 거실에서 잠을 자면서도 투정 한번 안 할 정도로 착했던 아들. 어머니는 그래서 더 가슴이 아리다. “아홉 살부터 6년간 아빠랑만 살면서 시켜먹는 음식에 질렸는지 김치찌개에 두부 부침만 해줘도 찌개그릇 바닥이 보일 정도로 밥을 잘 먹었어요. 남자애인데도 음식을 할 때는 제 곁에 붙어 도와줄 정도로 살갑기 그지 없었고요.”

김씨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큰 아들(24)은 성호에게 든든한 형이었다. 성호는 의경으로 군복무 중인 형의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우리 형은 형사”라고 자랑했었다. 형은 자신이 휴가 때 사놓은 티셔츠와 바지를 성호가 수학여행 때 입고 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장례식 내내 “내 옷 때문에 재수가 없어 성호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새 아버지 사주에 한 명뿐인 아들이 또 생겨 동생이 잘못된 거면 어떡하냐”며 오열했다.

먼저 떠나 보낸 이에 대한 후회로 남은 이는 늘 고통스럽다. 어머니는 게임에 빠져 시험 성적이 떨어진 아들의 휴대폰을 없앤 것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시신으로 발견된 날도 아들 목에는 MP3 플레이어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김씨는 “계모여서 애들 대충 키운다는 소리 들을까 봐 공부하란 말을 유독 많이 했다”며 “그깟 성적이 뭐 대수라고 애 상심하게 휴대폰까지 압수했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휴가 끝나는 6일 자영업을 하는 김씨와 회사원인 성호 아버지는 이제 생업복귀를 준비한다.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엄마, 내가 더 잘 할게요. 아빠, 밥 좀 잘 챙겨 드세요”라며 부모를 걱정하는 성호의 여동생을 보며 힘을 낸다.

김씨가 휴대폰에 저장된 성호 사진을 보며 나지막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고작 2년이었지만 엄마는 성호 엄마로 살면서 고맙고 행복했어. 우리 착한 아들도 그렇지? 성호야, 편한 곳으로 가렴.”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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