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249명의 부상자를 낸 서울지하철 2호선 추돌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신호기 고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앞 열차가 정지해 있을 때 뒤 열차에 이를 알리는 신호기 세 개는 주의등(노란색)ㆍ정지등(빨간색)ㆍ정지등 순으로 켜져야 하는데, 사고 당시는 진행등(초록색)ㆍ진행등ㆍ정지등으로 표시됐다. 뒤 열차 기관사는 신호기 표시대로 진행을 계속하다가 역 진입 직전에 급제동을 했지만, 시속 68km로 달리던 열차는 제동 후 128m를 더 가서야 멈췄고, 추돌사고 때는 시속 15km였다. 대형 참사가 벌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서울메트로 측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고 열 네 시간 전 서울메트로 측은 신호기 오류를 알아채고도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통상적 오작동으로 생각하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니 참으로 황당하다. 직무 유기를 넘어 이번 사고의 직접적 책임을 짊어져 마땅할 정도다.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모든 차량에 대한 특별 안전 점검을 실시했는데 신호기는 일상 점검 대상이라고 빠뜨렸다. 신호기는 매일 점검한다는 이유였는데, 이번처럼 이상 징후가 발견돼도 통상적 오류로 치부하고 만다면 안전점검을 전혀 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앞 열차 기관사는 사고 직전 열차 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아 세 번이나 스크린 도어를 여닫는 바람에 출발이 1분30초 가량 지연됐는데도 관제실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종합관제실은 승객 신고를 받고서야 사고사실을 알았고, 즉시 내려야 할 운행 통제 조치도 13분이 지나서야 취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발생 두 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왔고 서울시 재난상황실은 세 시간 뒤에 꾸려졌다. 총체적 안전불감증이다.
경찰은 신호기 안전점검 담당자와 오작동을 알고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서울메트로 관계자, 관리ㆍ감독자인 서울시 관계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안전사고 소식에 떨고, 사고만 나면 우왕좌왕하는 행정의 부실을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