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回春)’의 열쇠가 젊은 피에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인간에게 적용될 경우, 치매 등 노화로 인한 질병 치료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의학계는 벌써부터 “시계를 늦추는 게 아니라 아예 거꾸로 되돌릴 길이 열렸다”며 흥분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3건이 세계적 저널인 ‘사이언스’와 ‘네이처 메디신’ 최신호에 함께 실렸다.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모두 젊은 쥐의 피를 늙은 쥐에게 투여하자, 늙은 쥐의 뇌와 장기가 다시 젊어졌다는 데 있다.
먼저 리 루빈(사진 왼쪽) 및 에이미 웨거(오른쪽) 등 하버드대 교수진이 사이언스에 소개한 2건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루빈 교수는 “젊은 쥐의 피에서 회춘 단백질(GDF11) 성분을 받은 늙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악력도 세지고 운동 능력까지 향상됐다”며 “아울러 뇌 속 혈관은 늘어나고 감퇴했던 후각 역시 살아났다”고 전했다. 이 GDF11 단백질은 인간에게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된 캘리포니아대(UC) 샌프란시스코 의대의 연구 결과 또한 유사했다. 인간의 20대에 해당한 쥐의 피를 60대의 쥐에 반복 투여하고 동일한 물속에 숨겨진 장소를 찾는 기억력 측정 실험 결과, 젊은 피를 투여받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장소를 쉽게 찾는 등 훨씬 기억력이 발달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UC 샌프란시스코 의대 측은 “젊은 피를 받은 늙은 쥐는 뇌의 해마(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에서 신경세포(뉴런) 연결이 다시 발달하기 시작했다”며 “젊은 피가 노화한 해마 구조와 기능 등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물론 과거 ‘젊은 피가 회춘을 가져다준다’는 통설 실험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 코넬대 연구진은 젊은 쥐와 늙은 쥐의 옆구리를 접합해 피가 섞이도록 한 결과, 늙은 쥐의 연골이 젊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 과학적 지식으론 정확한 원리 설명이 불가능했다.
이에 대해 리처드 샌소호프 클리블랜드 클리닉 신경세포연구 센터장은 “동시에 발표된 연구들의 결과가 서로 상충하지 않는다”며 “이는 회춘의 열쇠를 찾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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