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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스톱 5중장치 있는데… 제동장치 고장? 일부러 꺼 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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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스톱 5중장치 있는데… 제동장치 고장? 일부러 꺼 놓았나?

입력
2014.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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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승객들이 사고 차량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대피하고 있다.<뉴시스>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승객들이 사고 차량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대피하고 있다.<뉴시스>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 개통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승객을 태운 열차끼리 추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2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추돌 사고를 낸 열차에는 열차간 거리가 200m 이내로 좁혀지면 알아서 멈추는 ‘자동 안전거리 유지장치’(ATS)가 장착돼 있어 이처럼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놓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ATS 고장인가, 꺼놓았나

이날 오후 3시 30분 을지로입구역에서 성수역 방향으로 가던 2260열차가 상왕십리역 승장장에 멈춰 있던 2258열차를 들이 받았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운행 도중 ‘진행신호’가 갑자기 ‘정지신호’로 바뀌어 기관사가 200m 안전 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상왕십리역이 곡선 철로라 앞에 정차한 열차를 늦게 본 것 같다”고 밝혔다. 2260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도 “갑자기 브레이크를 두 번 밟는 느낌이 났다”고 전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ATS를 비롯해 기관사가 조작 스위치를 놓치거나 과속 운전을 하면 경보음을 울리는 등 5가지 돌발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신호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더라도 ATS가 작동했다면 2260열차는 200m 전에서 자동으로 멈춰야 했다. ATS 오작동이 원인일 수 있지만 일부 기관사들은 ATS를 켜면 열차 간격이 벌어져 배차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꺼놓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2260열차는 1990년에 제작돼 차량 노후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도 있다. 2009년 6월 미국 워싱턴에서는 2개월 전 부품을 교체했어야 할 30년 된 노후 차량이 추돌 사고를 일으켜 9명이 숨졌다. 제작된 지 24년 된 2260열차도 제동장치 등을 제때 손보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사고를 낸 기관사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 기관사를 조사해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날벼락 맞은 시민들, 공포감 호소

6일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하루 앞두고 ‘가장 정확하고 안전하다’는 지하철에 탔던 시민들은 차량이 분리될 정도로 충격이 컸던 추돌 사고를 겪고 충격에 빠졌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지만 노인들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낮 시간에 사고가 일어나 부상자가 많았다.

추돌을 당한 2258열차 맨 뒤 차량에 탔던 서해영(32ㆍ여)씨는 “자리에 앉아 있던 승객 6명과 함께 추돌 순간 앞으로 튀어 나갔다”며 “단순한 추돌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차량이 분리된 것을 알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임모(19)양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추돌 뒤 피어 오른 먼지와 부상자들이 흘린 피를 봤다”며 몸을 떨었다.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승객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중부시장에서 장을 본 뒤 지하철을 탔던 이영자(75ㆍ여)씨는 “응급환자만 받고 침대도 없다며 3일치 약만 쥐어 주고 돌아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부상 승객들이 입원한 병원들에 따르면 큰 외상은 없지만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많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참사의 영향 탓인지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나 치료를 요구하는 승객도 있다”고 전했다.

그 동안 국내 지하철 추돌 사고는 2012년 11월 부산 지하철 3호선에서 고장으로 철로 위에 멈춰선 열차를 견인하러 갔던 구원열차가 제동장치를 끈 채 앞 열차를 추돌해 40여명이 넘는 부상자를 낸 사고가 유일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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