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상 프로그램들이 변하고 있다. 예전 ‘호랑이 선생님’(1982)이나 ‘사춘기’(1993)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이들 드라마는 학교나 가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청소년들이 바르게 성장해 가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 이 ‘바르게 성장’한다는 고정관념은 다분히 어른들의 시각에서 나온 내용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청소년을 위한 TV 프로그램들도 다양화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CJ E&M의 어린이채널 투니버스는 16일부터 ‘10대 맞춤 버라이어티 쇼’를 표방한 ‘김부자쇼’를 방송한다. ‘김부자쇼’는 김구라와 동현 부자가 공동 MC를 맡아 10대들의 관심사를 다루며, 토크쇼 형식으로 김구라는 아버지이자 학부모 입장에서, 김동현은 아들이자 학생, 청소년의 입장을 대변해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김부자쇼’는 ‘부자톡’, ‘부자뉴스’, ‘매력남녀’ 등의 세 가지 코너로 이뤄지는데, 특히 ‘매력남녀’에서는 남녀 심리를 중심으로 이성교제 등에 대해 대담한 표현도 오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매력남녀’는 10대 청소년 여자 3명, 남자 3명이 출연해 VCR로 한 상황을 본 이후 남녀 심리를 이야기하는 코너다. 예를 들면 ‘소풍을 갔을 매력적으로 보이는 여학생과 남학생의 모습은?’이라는 주제를 놓고 퀴즈 형식으로 남녀 학생의 심리를 알아가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부터 고교 1학년 남학생까지 출연자 연령대는 다양하다. 연애에 대한 남녀 생각차를 들어보는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 의 청소년 버전쯤 되겠다.
‘김부자쇼’를 연출한 최우석 PD는 “부모와 자녀가 출연하는 연예인 가족들의 기존 예능 프로그램이나 토크쇼 등은 어른들의 시각에서 연출된 면이 없지 않다”며 “아이들이 정말로 궁금해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담기 때문에 ‘어른용’ 버라이어티 성격을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대 아이들의 솔직한 연애론 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불편한 시선도 있다. 이에 최 PD는 “10대 청소년들은 어른보다 더 깊고 넓은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성교제 등 어른의 틀 안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감정으로 아름답게 봐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BS는 지난 2월 어린이 드라마 ‘플루토 비밀결사대’를 내놓아 화제가 됐다. EBS가 2년 여 만에 내놓은 어린이용 드라마인데, 줄거리가 기존 드라마와는 판이하다. ‘학교 괴담과 유령 소동으로 엮어낸 보험사기극’, ‘편의점 테러로 시작된 연쇄 테러 사건’, ‘마을의 아동 성추행 미수 사건’ 등 미국드라마에서나 등장할 법한 스토리들을 16부작으로 엮었다. 같은 이름의 장편 동화를 바탕으로 추리·수사극이라는 장르를 펼쳐내 ‘어린이판 셜록 홈즈’를 표방했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제법 치밀하고 과학적이라 흥미를 유발한다.
‘플루토 비밀결사대’의 한 관계자는 “예전 드라마들이 ‘어린이다움’을 강조한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아이들의 개성을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어른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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