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광주시가 994억원을 쏟아 부은 광주-KIA 챔피언스필드가 개막 한 달 만에 ‘문제 구장’으로 전락했다. 관중친화적 구장이라던 찬사 대신 안전불감 구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달 30일 취객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심판을 폭행하더니 1일에는 관중석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1일 KIA-SK전 6회말 20대 후반의 한 남성이 반입이 금지된 휴대용 버너와 부탄가스를 경기장에 들여와 오징어를 구워 먹으려다 1루쪽 응원단상에 불이 붙었다. 관중들과 보안요원들이 황급히 진화에 나서 큰 화재로 번지지 않았지만 경기가 중단될 만큼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30일 발생한 취객의 심판 폭행 사건도 1980년대 야구장에서 간혹 볼 수 있던 촌극과는 죄질이 다르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과거에도 단순 난입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달려 든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객이 흉기라도 소지하고 있었다면 인명사고로 직결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난동을 부린 취객과 화재 사건을 일으킨 관중 모두 광주 북부경찰서로 인도됐다. 취객인 배모(30)씨는 즉결 심판에 회부돼 음주ㆍ소란죄에 해당하는 5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고, 불을 낸 박모(26)씨에 대해서도 실화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한편 KIA는 배씨를 영구 입장 금지 조치하고 알코올 도수 6도가 넘는 주류의 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KIA 구단은 화재 사건 후“팬과 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심판 폭행 사건으로 경기장 곳곳에 기존 100명의 보안요원을 125명으로 늘린 날, 발생한 안전 사고여서 더 씁쓸하다.
챔피언스필드는 친환경, 친관중을 자랑으로 내세웠던 신축구장이다. 광주시는 야구장 건축 비용의 약 30%(300억원)를 투자한 KIA에 25년간 운영권을 내 줬다. 형형색색의 의자를 설치하는‘센스’보다 우선이 안전 관리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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