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28)은 4월 최우수선수(MVP)다. 프로야구 출입기자단 투표 결과 유효표 26표 중 10표(38%)를 얻어 7표(27%)를 받은 롯데 유먼(35)을 제쳤다. 유희관은 4월 한 달간 5차례 선발 등판해 4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안정감을 보였다. 개인 성적은 3승에 2.04의 평균자책점.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가장 ‘핫’한 왼손 투수 유희관을 1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시력 1.5 1.2…야구 보는 눈 좋아져
유희관은 9개 구단 선발 투수 중 경기 당 볼넷(1.53개)이 가장 적다. 볼넷 대비 삼진수를 보여주는 KK/BB도 3.83으로 리그 1위다. 그만큼 제구력이 뛰어나다. 포수가 원하는 곳에 어김없이 직구, 변화구를 집어 넣는다. 유희관은 “겨우내 무리하지 않고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트레이너 형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면서 “시즌 첫 등판부터 밸런스가 좋았다. 4월 한달 간 페이스가 너무 좋아 겁이 날 정도”라고 농을 던졌다.
야구 보는 시력도 좋아졌다. 양쪽 시력이 1.5(우) 1.2(좌)인 유희관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타자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어떤 구종을 머릿속에 넣고 있는지, 작년 보다는 몇 가지 생각을 더 하면서 공을 던지고 있다”며 “부족하지만 야구 보는 눈이 조금은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력 분석? 전력 투구로 이겨낸다
시즌 초반 유희관의 호투가 더욱 놀라운 이유는 상대 전력 분석이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주무기인 바깥쪽 싱커를 자주 던지는 등 볼 배합에도 큰 변화가 없지만 매번 당하는 쪽은 타자다.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박병호(28ㆍ넥센) 최형우(31ㆍ삼성) 등도 올해 첫 맞대결에서 나란히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유희관은 “상대의 전력 분석은 결국 전력 투구로 이겨내야 한다. 내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타자들은 섣불리 방망이를 내지 못한다. 싱커를 던질 줄 알면서도 모든 게 안타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며 “그럴수록 더 자신 있게, 더 낮게 공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유희관은 그러면서 “경기 전 포수 양의지(26ㆍ두산)와 볼 배합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눈다. 전력분석 팀에서도 큰 도움을 준다”며 “상대 타자에 대한 정보가 50%,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50%다. 둘을 합쳐 100%의 힘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쾌한 쿨가이…모든 건 내 탓이오
유희관은 지난달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다잡은 완봉승을 놓쳤다. 8회 2아웃까지 109개의 공으로 단 1안타만 허용했지만, 상대 외국인 타자 나바로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얻어 맞았다. 나바로와 승부 때 볼카운트가 1볼-2스트라이크로 유리했지만 4구째 직구를 던지다가 데뷔 첫 완봉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당시 마스크를 쓴 양의지는 “경기 후 내 볼배합 잘못이라고 말했다. 2구부터 4구까지 내리 직구 사인을 낸 것은 무리였다”며 “개인적으로도 (유)희관이 형이 완봉을 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희관은 “나바로가 2구, 3구 직구에 반응하지 못했다. (양)의지의 사인은 좋았다”며 “내가 더 몸쪽으로 공을 붙였어야 한다. 내 탓이다”고 했다. 유희관은 이어 “타자가 특정한 공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면 몇 번이고 그 공을 던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많은 공부가 된 하루였다”며 “앞으로는 그 동안 실전에서 던지지 않았던 포크볼도 요긴하게 쓰며 타자들을 상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잠실=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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