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수색이 장기화하면서 더 가슴 아파하는 이들이 실종자 가족 말고도 또 있다. 희생자 주검을 수습하는 장례지도사 자원봉사자들이다.
1일 진도 팽목항에서 시신 수습 봉사를 하는 장례지도사들은 3명. 한꺼번에 많은 시신이 인양되던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약 30명이 봉사를 했다. 17일부터 나주 목포 광주 등지에서 자원해서 팽목항으로 온 이들이다.
가족의 죽음을 대면하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그러나 가장 숨죽여 눈물을 흘리고 조용히 숨어 지내듯 저녁시간에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염습을 한다. 차가운 바다에서 뭍으로 나온 시신을 가족을 만나기 전에 정성스럽게 닦아 가족에게 보이고 염습을 하는 장례지도사들은 갈수록 염습이 쉽지 않은 시신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신에 화장도 해주었지만 이제는 알코올로 조심스럽게 닦아내는 데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장례지도사들에게 연락을 넣어 봉사단을 꾸린 조영대(51) 천주교 광주대교구 신부는 “매일 울면서 시신을 수습하느라 눈은 퉁퉁 부어있고,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여기저기서 밥을 챙겨주지만 밥이 넘어가지 않아 못 먹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힘들지 않냐. 아프냐 않냐”고 묻는 조 신부에게 한 여성 장례지도사는 하염없이 “괜찮다”고만 답했다. 고인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조 신부는 사고 이후부터 일주일에 두세 차례 이곳에 내려와 오후 4시 팽목항에서, 오후 8시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미사를 열고 희생자와 실종자,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 역시 장례지도사들처럼 말없이 가슴으로 위로를 한다. “가급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위로한다고 먼저 말을 걸지 않으려 합니다. 눈빛으로만 이야기하고 조용히 옆에서 기도할 뿐입니다.” 조 신부는 “미사가 끝나고 한 자매님을 안아 드렸는데 “아이의 시체라도 꼭 찾고 싶다”고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었다”며 “가슴이 미어졌지만 꼭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의 일은 보지도 듣지도 않은 것”이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던 조 신부지만, 많은 이들이 실종자 가족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실종자들이 어서 가족 품에 안기기를 한 마음으로 기도해 주십시오”
진도=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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