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항소심에서 조작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공판검사 2명에 정직 1개월, 이들을 지휘한 부장검사에 감봉 3개월의 징계가 청구됐다. 법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검사징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이번 징계를 두고 대검찰청은 ‘중징계’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해서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났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이들이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증거를 가리지 못한 것이나 국정원의 불법증거 수집을 차단하지 못한 것은 대검의 설명대로 검사징계법 2조2의 ‘직무 태만’이거나 업무능력 부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우성씨의 북중 출입경기록을 국정원 협조자가 아니라 대검이 중국 관공서에서 공식적으로 입수한 것처럼 법정에서 발언하거나 의견서를 작성한 행위는 같은 법 2조3의 ‘검사의 품위 손상’에 그치기 어렵다. 앞서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중앙지검은 “공판검사가 증거위조 등에 관여하거나 위조한 사실을 알면서도 법원에 이를 제출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들을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공판검사가 유력한 증거 입수경위를 거짓으로 꾸며서 밝힌 행위는 대개 부주의의 결과인 ‘품위 손상’보다 크게 심각하다. 사법처리가 아니라 내부 징계라도 한결 무거워야 마땅했다.
과거 같으면 대검 설명대로 검사의 정직이나 감봉이 ‘중징계’일 수 있었다. 2007년 개정 직전의 검사징계법 3조②항은 면직과 정직 감봉을 중징계로, 중근신과 경근신, 견책을 경징계로 각각 나누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징계 종류가 해임과 면직, 정직, 감봉, 견책의 5단계로 바뀐 뒤로는 정직과 감봉을 과거처럼 무조건 중징계로 보기는 어려워졌다. 정직이 1~6개월, 감봉이 1~12개월, 보수의 3분의 1 이하여서 그 기간과 액수 등에 달려있다.
또한 지휘계통에 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에 대해 “부장검사가 증거제출과 관련한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은 것도 아리송하다. 상급자로서의 도의적 책임마저 없다는 말이니 납득하기 쉽잖다. 검찰의 반성과 자정 노력의 필요성만 부각시킨 솜방망이 징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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