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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주 넘어... 자식 돌아와도 알아볼 자신없다" 총리 향해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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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주 넘어... 자식 돌아와도 알아볼 자신없다" 총리 향해 절규

입력
2014.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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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1일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 수색 상황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가족들이 고개를 돌리거나 숙인 채 정총리를 외면하고 있다. 진도=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정홍원 국무총리가 1일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 수색 상황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가족들이 고개를 돌리거나 숙인 채 정총리를 외면하고 있다. 진도=홍인기기자 hongik@hk.co.kr

고개 숙인 정홍원 국무총리를 바라보던 한 아버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울음을 참으려 이를 악문 채 허공을 응시하던 그의 시선이 총리에게 꽂혔다. 비명과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벌써 2주가 넘었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상해 가는데 사과가 다 무슨 소용이냐. 지금 내 자식이 돌아온다 해도 알아볼 자신이 없다.”

세월호 침몰 참사 16일째인 1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는 간신히 삼키고 또 삼켰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정 총리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설명회를 갖고 사과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피붙이의 주검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시신을 수습하더라도 물에 불어 훼손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부모들의 귀에 이런 말들이 들어올 리 없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실내체육관을 찾아 전날 열렸던 수색구조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정 총리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어제 각계 전문가 30명이 모여 여러 가지 방법을 토의했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결국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색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참사 초기부터 수없이 반복됐던 “조류가 빠르고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해명이 시작되자 체육관 분위기가 급격하게 싸늘해졌다.

“최선을 다해 수습을 하겠다”는 마무리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족들은 듣기 싫다는 듯 시선을 돌렸고, 일부는 자리를 박차고 체육관을 나갔다. 한 실종자 아버지가 “어제 오늘 올라온 아이들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보겠다고 이 자리에서 약속하라”고 요구하자, 정 총리는 “오후에 일정이 있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고 단상을 내려왔다.

이어 이주영 장관이 가족들 앞에 나서면서 장내는 다시 술렁였다. 이 장관은 전날 회의에 참석한 잠수부 대표 등 자문회의 관계자들을 소개하며 “여러분들의 질의에 성심껏 답변을 해주시겠다고 오신 분들”이라고 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몇몇 가족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냐” “궁금한 것 하나도 없다”며 단상 앞을 떠났다.

실종자 어머니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내 새끼 살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시신이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이냐. 일분 일초라도 빨리 건져내야 해.” 혼자 힘으로는 서 있기도 벅차 체육관 뒤편 벽에 몸을 의지한 한 여성은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

이 장관은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제가 죄인이다. 죄송하다”고 말한 뒤 황급히 체육관을 나갔다. 이 장관 일행이 떠난 뒤에도 어머니들의 넋두리가 체육관에 메아리처럼 이어졌다. “아까운 내 새끼, 내 눈으로 시신이라도 봐야 죽었다고 믿을 거 아냐. 이렇게 원통할 수가 없어….”

진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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